4·29 再補闕選擧(재보궐선거)가 불과 14일 남았다. 15일부터 13일간 예비후보들은 후보 자격으로 각종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골목골목 홍보 차량이 돌아다니고 후보들의 遊說(유세)로 소란할 것이다. 특히 경주는 국회의원 재선거와 경상북도교육감 보궐선거, 기초의원 보궐선거로 유권자들이 정신없어 할지 모른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代議政治(대의정치)에서 주민들이 자신의 대표를 뽑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보선은 그리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사유로 대표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선거는 선거 당선인이 임기 개시 전 사망하였거나 불법선거 행위 등으로 당선 무효 처분을 받게 된 경우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게 사전적 의미다.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가 이 경우다. 보궐선거는 선거 당선인이 임기 중 사퇴, 사망, 실형 선고 등으로 인해 직위를 잃어 그 闕位(궐위)를 메우기 위해 치러진다. 경북도교육감과 경주 기초의원 보궐선거가 이에 해당한다.
경주 유권자의 입장에서 봐도 재보선의 사전적 의미와 관계없이 국회의원과 교육감이 모두 '돈' 때문에 궐위했다는 점은 매한가지라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에게도 재보선은 遺憾(유감)이다. 1993년 김영삼 정권 초창기 재산 파동이 일어났고 대구 동을이 지역구이던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TK(대구경북)의 대부'이던 그가 落馬(낙마)하자 反(반) 김영삼 정서가 생겼다. 여당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통책, 동책을 맡았다. 뿌려진 돈도 50억설, 70억설 등 천문학적이었다. '동네에 돌아다니는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결과는 여당의 참패였다. 그러나 당시 주장처럼 그 보궐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지 못했다. 승부사 김영삼은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금융실명제' 실시를 전격 발표했다. 다음날 동을 재보선에 대한 평가는 쑥 들어가고 금융실명제에 대한 찬사가 매스미디어를 가득 채웠다. 결과가 정국 흐름과 전혀 상관없을 선거를 두고 대구 동구 주민들만 공연히 헛심을 쏟고, '헛 한풀이(?)'를 한 셈이다. 당시 필자는 얼뜨기 정치부 기자였다.
16년이 흐른 지금 경주에서 비슷한 구호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이명박 정권 중간 평가론'이다. 여기다 '친이-친박' 논란이 가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이-친박'이 없다고 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친박 의원들의 모임 제안을 거절했지만 '친이-친박' 얘기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대구경북의 입장에서 '친이-친박' 편가름은 何等(하등) 도움될 게 없다. 친이-친박의 頂点(정점)에 모두 고향 사람이 앉아 있고, 그 정점 주변에도 고향 사람들이 가득하다. 결국 고향 사람끼리 싸움으로 역량만 낭비하는 꼴이니 고향에 득될 게 없다.
그런데도 대구경북이 그 논란의 핵심에 서있는 이유는 그렇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친이-친박 구도로 패거리를 짓고 있고, 서울 언론 등 관찰자들도 구경 재미 삼아 싸움을 부추긴다. 정작 눈을 부릅떠야 할 대구경북은 그들 정치인과 서울 언론의 부추김을 看破(간파)하지 못하고 附和雷同(부화뇌동)한다.
경주도 꼭 그렇다. 1년여 국회의원이 없어 각종 예산과 지역 발전 프로젝트 만들기에 소외됐는데 재보선 현장은 이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없다. '친이'를 떨어뜨리겠다며 서울 '박사모'가 경주에 왔다느니 서로 친박이라느니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전국은 지역 발전 전쟁 중이다. 대구경북도 예산이 느는 등 호기를 맞고 있다. 경주에도 늦은 감 없지 않지만 이제 기회가 왔다. 그러나 경주의 기회도 시민 스스로 경주의 현실을 穿鑿(천착)해 내일에 대한 꿈을 함께 꿀 때 잡을 수 있다. 고민하는 경주를 보고 싶다.
최재왕 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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