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처음에는 다소 수줍어하며 이야기를 꺼려했지만 일단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멈출 수가 없었어요.'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한 여성의 솔직하고 대담한 독백(모놀로그·monologues)이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국의 사회운동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브 엔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이듬해 브로드웨이 최고 작품상을 받고 이후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전 세계 200여명의 여성을 직접 인터뷰해 만든 이 작품은 '그곳'(버자이너·vagina는 여성의 성기를 뜻한다)에 대한 기록이면서 편견을 뒤흔드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24~26일 대구봉산문화회관 대공연장 무대에서 막을 올리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이경미, 전수경, 최정원 등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3명이 출연한다. 이른바 맘마미아 3인방이다.
원작이 1인극(모놀로그)의 형태지만 이번에는 '3인극'(트라이어로그·Traialogue)이다. 2001년 한국 초연 당시 김지숙, 이경미, 예지원이 3인극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토크쇼의 형식을 새로 도입했다. 톡톡 튀는 재담으로 정평이 나있는 전수경이 오프라 윈프리처럼 매력적인 사회자 역할을 소화한다. 전수경은 극의 전반을 리드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이경미, 최정원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막이 오르자마자 내뱉어지는 낯 뜨거운 표현('그곳')은 극에 빠져들수록 더 이상 불편한 대상이 아니게 된다. 감추어지고 터부시돼 왔던 여성 성기에 관한 이 이야기는 마치 내가 나에게 얘기하듯 솔직하고 거부감 없이 풀어간다. 7세 어린아이부터 70세 할머니까지 시시각각 다른 얼굴과 다른 목소리가 3명의 배우를 통해 재현된다. '그곳'은 학대의 대상이기도 하고,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며, 생명을 출산하는 숭고한 모성이기도 하다. 때론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가슴 저미는 아픔을 함께하면서 관객들은 여성 성 자체의 존재성을 자각하고 깨달아가게 된다. 공연은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30분, 일요일 오후 3·6시. 전석 4만4천원. 1566-7897.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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