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머니의 한숨·아버지의 눈물…서민가계 봄날 언제 오나

서민 가계에 봄날은 언제쯤 올까?

30,40대 취업자 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가계를 떠받쳤던 아버지들은 고용불안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어머니들은 가계 적자에 눈물짓고 있다.

◆어머니의 눈물

장모(41·여·수성구 수성3가)씨는 요즘 장을 볼 때마다 손이 오그라든다. 장씨의 지난달 총지출은 285만6천600원. 1년 전과 비교하면 16만8천원 늘었다. 장씨는 "지난해 물가가 치솟아 2007년보다 한 달 생활비가 60만원쯤 늘었는데 1년만에 다시 20만원 정도 지출이 늘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물가는 치솟고 있지만 수입은 줄어들다 보니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도 가계의 주름은 펴질 줄 모른다. 장씨의 가계부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교육비와 각종 공과금이다. 장씨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다른 씀씀이를 줄였지만 1년 새 생활비가 7만4천원이나 늘었다"고 했다.

밥상 물가 상승률은 가히 '살인적'이다. 대구지역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생활필수품 38개 품목의 가격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한 결과 평균 1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가장 많이 오른 것은 배추. 1년 전 한 포기 1천900원이던 것이 지금은 5천500원으로 189.5%나 상승했다. 고등어는 83.3%, 생닭 50%, 참외(100g) 49.3%, 바나나(100g) 42.9%, 양배추는 40%가 올랐다. 삼겹살(100g) 값이 26% 치솟으면서 대체품인 목살 가격 역시 덩달아 38.7%나 올랐다.

주부들은 생활비를 줄이려고 값 싼 생필품을 찾아다니고 외식 횟수를 줄이고 있다. 직장인 김효주(35·여)씨는 "집에서 즉석 자장면이나 스파게티, 돈가스는 물론이고 빵과 케이크까지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아버지의 눈물

작은 건설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던 박모(49)씨는 회사가 부도나면서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가 됐다. 20년간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박씨가 3년 전 임원이 됐으나 기쁨도 잠시, 부동산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회사는 경영난에 시달렸다. 박씨는 살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수천만원의 운영자금을 보탰지만 회사 부도를 막지 못했다.

불황으로 인한 실업공포가 여성, 청년에 이어 고용 핵심계층인 30,40대 남성에까지 번지면서 가장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이모(46)씨는 최근 다니던 대리점에 사표를 냈다. 부장 직급까지 올랐지만 실적 부진을 감당할 수 없었다. 판매 인센티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본급만으로는 생활 자체가 어려웠다. 재취업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아 이씨는 식당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6개월 동안 겨우 1대를 팔았다"며 "그동안 모아놓은 돈에 대출받아 식당개업을 하려고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 걱정"이라고 했다.

감원 한파가 몰아치면서 대기업 종사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36)씨는 "인사고과가 낮게 나오거나 실적이 떨어지면 해고 통보가 올까봐 불안해하는 분위기"라며 "부장급 이상 직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다"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49세 남성 취업자 수는 757만3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만9천명 감소했다. 이는 3월 줄어든 전체 취업자 수(19만5천명)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30~49세 남성 취업자 수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1999년 3월 11만명 감소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 초부터 건설업과 자동차 업종 등 중소기업에서 감원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고용 불안이 최정점을 향해 치닫는 것 같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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