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어천 국비지원 고작 75억…개발 청사진 없는 탓

"범어천 개발 관심 없나?"

대구의 대표적 오염하천이라는 오명을 썼던 범어천이 환경부의 '청계천+20 프로젝트'에 선정(4월 22일자 1면)되면서 국비지원이 이뤄져 복원사업이 이뤄지게 됐지만 대구시는 복원사업의 청사진조차 갖추지 않아 다른 지자체에 훨씬 못 미치는 국비를 받는 등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말뿐인 범어천 개발…

범어천(수성구 범물동~두산오거리~어린이회관~신천시장~중앙경영정보고~신천)의 총연장은 6㎞. 이 중 두산오거리~어린이회관의 미복개구간 1.6㎞는 생태하천으로 복원되지만 나머지 복개구간은 이번 개발계획에서 빠졌다. 처음부터 대구시는 복개구간에 대해서는 개발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이 구간의 경우 현재 대부분 도로로 사용되고 있고 상가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주출입로로 활용되고 있어 아스팔트 도로를 뜯어낼 경우 대체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하천 복개가 이뤄지면서 도로화됐고 주민반발과 엄청난 예산부담 때문에 복개구간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아예 구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복개구간 역시 대구시는 구체적 청사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준비소홀을 드러냈다. 범어천 미복개구간은 오래전부터 인근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 수차례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시는 지방하천의 경우 국토해양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을 수 없고,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정부 방침 때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더욱이 구간이 짧은데다 투자 효과도 없다고 판단해 생태하천 복원 등 개발은 포기한 상태였다.

이렇다 보니 이번 청계천 프로젝트에 선정되기 위해 다른 시·도들이 도심하천 개발을 위해 구체적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동안 대구시는 수성구청이 만들어놓은 초안 수준의 사업계획서를 그대로 받아 환경부에 냈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지정해주겠다고 해 수성구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환경부에 제출했다. 사업계획서도 공무원들 머리에서 나온 것이어서 실제 기본계획 수립 후에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초라한 국비지원…

2016년까지 도심 건천·복개하천 20개소를 건강한 하천으로 복원하는 '청계천+20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사업비만 국·지방비를 합쳐 4천446억원. 이 때문에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하천 개발에 손도 대지 못한 전국의 지자체들이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열을 올렸다.

의정부시는 도심 시가지를 흐르는 백석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다 이번에 국비 지원을 받게 됐다. 3.5㎞를 복원하는 데 국비 420억원(총 사업비 600억원)을 확보했다. 아산시도 온천천 복원에 국비 448억원(총사업비 640억원)을 받게 됐다.

하천 폭이 15m로 범어천(20m)보다 좁지만 복원청사진을 마련하는 등 미리 개발계획을 세워둬 범어천(국비 75억원)의 6배가량이나 많은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번에 선정된 1차 사업지 중 국비 지원 규모만 보면 범어천은 초라한 수준이다. 대구 다음으로 국비 지원이 적은 경남 마산시 교방천 경우도 총사업비 168억원 중 국비 규모는 118억원이다. 범어천을 제외한 나머지 9곳의 국비 지원규모가 118억원에서 448억원으로, 범어천보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6배에 이른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아 현장을 확인하고 전문가의 평가 등 사업성을 검토해 국비 지원액을 정했다"며 "대구시 등에서 올린 사업비를 대부분 그대로 반영했다"고 했다. 대구시는 준비 없는 행정으로 국비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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