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남편 사업 실패로 살은 빠졌지만 마음의 살은 여전

요즘 같은 불황과 경제 위기 속에선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가지고 산다. 나 역시 그런 사람에 속한다. 가난한 남편을 만나 결혼해 아이들 둘을 키우면서 우린 참 부지런히 일했다. 작은 구멍가게로 시작해 십 년 동안 잠도 편히 못 자고 둘이 번갈아 가며 스물 네시간 일해서 직원들도 두고 코너도 분양하는 제법 큰 마트로 자리잡고 이젠 장손 며느리로 할 일을 다했다는 안도를 가질 때쯤 마음 착하고 여린 남편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꼬드김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남편의 편이 아니었고 모든 것이 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가 가진걸 다 잃고 난 후였다. 갑작스레 당한 일로 죽음밖에 생각 안 났고 우울과 화병과 싸우며 지내다가 아이들을 보고 다시 힘을 내 중3이던 큰 아이를 친척집에 맡기도 작은 아이 손을 잡고 가방 하나 든 채 언니 집으로 와 이른 아침부터 늦게까지 식당 일을 하고 있다. 삼 년이란 세월 동안 그렇게 힘들게 살다보니 마트 할 때 헬스, 수영, 병원엘 다녀도 안 빠지던 살이 10kg가 넘게 빠져버렸다.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의 살은 빼지 못하고 있다. 삶에 지칠 때,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이 그리울 때 자꾸만 돌아보아지는 지난 날의 풍요로운 기억들….

이제는 지난 풍요로움의 기억들은 마음에서 빼내버리고 그 자리를 내일에 대한 희망과 다시 시작하는 용기로 채워나가야겠다. 그리하여 어느 날, 우리 가족이 다시 한 지붕 아래에 모일 때까지 참고 견디리라.

김은주(청도군 금천면 동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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