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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삼강나루 주막, 주모 다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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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금천, 내성천이 만나는 예천군 풍양면 삼강나루. 1천300리 낙동강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삼강나루 주막을 지키던 주모(酒母)가 다시 사라지면서 옛 주막의 정취와 주모의 넉넉한 인심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5년 이 주막의 2대 주인이자 '낙동강의 마지막 주모'로 불렸던 유옥연 할머니가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지난해 1월 옛모습으로 복원된 삼강주막의 3대 주모를 맡아 1년여를 운영한 권모(71·풍양면 삼강리) 할머니가 갑자기 그만둔 뒤 뒷말이 많다.

"돈벌이가 솔솔하면서 마을과 권 할머니 가족 간에 운영권 다툼이 벌어졌다" "공익사업인 주막이 개인 영리로 이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불친절과 볼품없는 메뉴로 관광객들에게 불신받아 마을 부녀회가 나서 주막 이미지를 바로세우려는 것"이라는 등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이 주막은 지난해 1월 복원되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주막·주모에 대한 향수, 경북도와 예천군의 꾸준한 홍보 덕으로 관광 성수기 평일엔 하루 평균 60~70명, 주말에는 하루 300~4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덩달아 하루 수십만원의 수입을 올릴 만큼 장사가 잘됐다.

예천군은 당초 이 주막 운영을 삼강마을회에 위탁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않자 노인회장 정모 할아버지 가족이 운영하기로 하고 정 회장의 부인이었던 권 할머니가 3대 주모를 맡아 손님들에게 술과 밥을 대접했다.

그러나 지금 권 할머니는 주막 근처에 얼씬도 않는다. 마을 부녀회가 주막을 맡아 운영하면서 '삼강 주모'는 사실상 명맥이 끊겨 버렸다. 삼강주막 운영권 논란은 경북도가 지난해 말 이곳에다 5억원을 들여 방 4개와 대청마루 1개로 구성된 '보부상·사공 숙소'를 새로 지으면서 불거졌다.

숙박까지 가능해지자 영업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마을회가 운영권을 되찾아갔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권 할머니가 올 초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한 뒤 혼자 운영하기 힘들어 그만둔 것"이라며 "마을 전체가 주막을 꾸려나가는 게 좋겠다는 군청의 의견을 받아들여 마을부녀회가 운영을 맡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권 할머니의 설명은 다르다. 2년간 주막을 운영하기로 마을 대표와 약속했으나 1년도 안 돼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 권 할머니는 "식기며 냉장고 등 주막 운영에 필요한 집기를 사고 열심히 주모역할을 했으나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이 돌면서 결국 이렇게 됐다"며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모가 사라진 삼강주막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예천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주막에 주모 할머니가 없어 착잡했다"며 "주모는 잃어버린 옛것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아랫목 같은 존재"라며 섭섭해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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