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이순신 장군 탄생일이다. 오늘날 급변하는 세상과 경제환경,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순신의 리더십을 배우려는 개인과 조직이 늘고 있다. 열악한 환경, 무능한 조정, 부족한 지원이라는 온갖 악조건에서도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불가능했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군의 탁월한 리더십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강한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格物致知(격물치지) 정신
격물치지는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악하여 안다는 뜻이다. 개인이나 조직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선의 대책을 찾아 적시에 대처함으로써 개인이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화하는 태도를 말한다.
일본군에는 노련한 칼잡이들이 많았다. 백병전으로는 일본군을 상대할 수가 없다는 것을 간파한 장군은 근접전을 피하고 함포전으로 일본 함대를 섬멸하였다. 일본의 장기인 칼솜씨를 무력화하고 우리의 장점인 화포를 극대화한 전법이었다. 또 일본군이 전함에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가 불화살을 견디도록 철지붕을 덮고 송곳을 박은 거북선이었다. 돌격선인 거북선은 적진을 무차별로 헤집고 다니면서 적함과 충돌하여 대오를 흩뜨려 지휘 계통을 차단하였고 그 혼란을 틈타 함포를 집중시켜 일본 함대를 격멸시켰던 것이다. 결과는 연전연승이었다.
2. 기본에 충실
장군은 평소에 기본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늘 군사훈련을 통해 유사시에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뜻을 알 수 있도록 훈련시켰고 혼란한 해전 상황에서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키웠다. 장군은 잠잘 때에도 허리띠를 풀지 않았고 매일 수십대의 화살을 쏘며 스스로의 각오를 다잡았다. 이러한 노력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했을 때 오합지졸의 군대를 단 1년 만에 강군으로 변화시켰고 무적 함대로 키워냈던 것이다.
훗날 장군은 일본군이 육지로 상륙하기 전에 부산 앞바다에서 함포로 섬멸했더라면 일본군의 장기인 공성전과 칼솜씨를 무력화시키고 나라 전체의 참화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불행하게도 부산의 경상좌수사 박홍 함대와 통영의 경상우수사 원균 함대가 평소에 전투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군이 손쉽게 부산에 상륙했던 것이고, 여수의 전라좌수사 이순신 함대만이 일본군을 대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 신뢰와 따뜻한 인간미
장군은 사심이 없었다. 자나 깨나 가련한 백성들을 위한 생각뿐이었고 때때로 눈물을 흘리며 백성들을 배려했다. 백성들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조정의 대신들과 원균과 같은 악독한 장수를 보면서 장군은 통탄하곤 했다. "장부로서 세상에 태어나 나라에 쓰이면 죽기로써 최선을 다할 것이며, 쓰이지 않으면 들에서 농사짓는 것으로 충분하다. 권세에 아부해 한때의 영화를 누리는 것은 내가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바다."
장군의 이러한 강직하고 따뜻한 성품은 부하와 백성들로부터 신뢰라는 큰 재산을 얻었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도 장군을 보고, '장군이 오시니 우리는 살았다'고 환호하면서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4. 솔선수범
장군은 지휘관으로서 늘 모범을 보였다. 이러한 장군의 솔선수범이 부하 장수들에게 믿음을 주었고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끈끈한 동지의식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인심을 얻고 무한한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최초의 전투인 옥포해전에서부터 장렬히 전사했던 노량해전에 이르기까지 장군의 삶은 늘 모든 장졸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용기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특히 송희립은 거의 모든 전투에서 장군과 함께 생사를 같이하였다. 특히 장군이 노량에서 적탄에 맞았을 때 장군의 전투복을 대신 입고 독전하였고 전투가 끝났을 때 장군의 시신을 관음포 언덕으로 모셨다. 훗날 송희립은 장군의 후임으로 전라좌수사에 임명되었던 장군의 심복 중의 심복이었다.
실로 장군은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극복하며 마침내 빛나는 승리를 일구었던 진정한 영웅이었다. 하늘이 내린 영웅이 아니라 노력과 결단을 통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영웅이었다. 충무공 이순신은 우리 민족사를 통틀어 '가장 세계화된 한국 브랜드'이며, 우리 민족의 '영원불멸의 정신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려울 때 이순신 장군을 생각한다. '必生卽死, 必死卽生'(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뜨겁다. 장군의 혼이 그립다.
전광진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목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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