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30대 이상 성인이라면 이 책으로 세계 각국의 지리와 문화에 대해 공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87년 유럽편 6권으로 시작한 뒤 2000년 일본편(2권), 2002년 우리나라편, 2004년 미국편(2권)이 계속 출판됐다. 1천만부 이상 팔린 '대한민국 대표교양서'로 손꼽힌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로 과학을 배우고, 한자를 익히며, 수학까지 공부한다. '학습만화'를 통해서다. 나오자마자 밀리언셀러,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도 많다. 100만권은 쉽게 훌쩍 넘겨 버린다. 출판계 불황도 유일하게 비껴가는 곳이 바로 학습만화 시장이라는 말도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학습만화 시장을 들여다봤다.
◆초대박 밀리언셀러들
학습만화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확인시켜 준 한자 학습 만화의 효시 '마법천자문'(아울북) 시리즈는 지난달까지 1천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누적 매출만 560억원가량이다. 초판 25만부가 모두 팔려 나가고 권당 30만부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1권은 100만부 이상 나갔다. 과학 학습 만화 'Why?'(예림당) 시리즈는 2천만부 이상이 팔렸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전 20권)는 1천300만부,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아이세움)은 1천만부(국내 700만·해외 300만) 넘게 팔렸다.
학습만화의 인기는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영풍문고 4월 첫째주 어린이 부문 베스트셀러 10위 가운데 학습만화가 8권이나 차지했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에는 상위 20위 내에 6권이 학습만화다. 인터넷 교보문고에는 아예 아동만화 부문을 분리해 20위까지 소개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교보문고에서 팔린 어린이책 순위도 놀랍다. 전체 50위 가운데 학습만화가 17권을 차지했다. 그 중 마법천자문은 15권이나 이름을 올렸다. 1권은 2위, 2권은 3위를 차지했다. 이쯤 되면 "출간 즉시 전체 주간 베스트셀러 5위권에 들 정도로 반응이 좋다"거나 "서점 구매 담당자들도 다음 시리즈를 기다린다"는 말도 쉽게 믿을 수 있다. 예스24의 학습 만화 판매는 2005년 27만권 수준에서 2006년 45만권, 2007년 46만원, 2008년 50만권 이상을 기록했다. 사상 유례 없다는 출판계 불황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어린이 도서 출판사 매출 순위의 1~3등은 학습 만화 출판사가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풍문고 대구삼성금융프라자점의 하미정 주임은 "학습만화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그 종류도 수십 종에 이른다. 아동도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고 했다.
부천만화정보센터가 발표한 2006 만화산업 통계연감에 따르면 학습만화 시장 규모(추정치)는 지난 2002년 1천759억여원에서 2006년 2천111억원으로 300억여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습만화의 폭발적인 인기를 감안하면 시장 규모도 상당히 확대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부에 재미까지 더해 인기몰이
학습만화의 인기 폭발은 '공부'와 '재미'를 함께 갖추었기 때문이다. 학습만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효과가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관심을 잡아둘 흥미성도 있어야 하는데, 이 둘을 잘 조화시켜 인기를 끌게 됐다는 평가다. 그래서 출판사마다 다른 책에 비해 오랫동안 이야기와 캐릭터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다. 기획에서 출판까지 1년 이상 소요된 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Why?'의 경우 준비 기간이 무려 3년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탄탄한 분석과 준비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프랑스, 러시아 등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살아남기' 시리즈는 300만부, 'Why?'는 130만부의 해외 판매 실적으로 올렸다. 만화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학습만화 붐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하나 생긴 셈이다.
학습만화 구매자가 학부모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자녀교육에 대한 남다른 교육열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영상세대인 자녀들이 웬만해서는 책과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만화책은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이다. '어떻게든 만화를 읽으니 학습만화를 읽게 하자'는 생각에서 학습만화를 구매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학습만화 효과 배가법
학습만화는 '정보'와 '재미'를 한꺼번에 잡아 교육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일반 책에 비해서 문장과 어휘 수가 적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학습만화에 너무 심취하면 독해 능력이나 어휘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부모의 지도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대구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학습만화는 영상세대에게 친숙한 매체로, 교과서의 딱딱한 지식을 쉽게 풀어서 이해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습만화를 너무 많이 읽히면 긴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했다. 한 장학관은 "학습만화를 고를 때 내용이나 그림이 교육적인지 부모가 판단을 해주고, 지나치게 많이 읽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부모의 역할에 대해 조언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학습만화 효과 배가법
1. 연령·독서 수준·흥미 등 파악=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아이에게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아이가 선택했다면 그 이유를 물어보고 독서계획을 세우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2. 교육적인 측면 확인=책이 너무 흥미 위주이거나 표현이 비교육적이라면 곤란하다. 내용인 그림이 사실성을 추구한다고 비속어 등을 너무 사용하면 아이들이 따라하기 쉽다. 전문가 감수를 받았는지, 전문 출판사에서 나왔는지 등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3. 독서후 활동 연장=학습만화를 통해 아이가 해당 분야에 흥미를 느끼면 글로 된 책을 추천해 일반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화는 단어 중심이라 단편적 지식을 얻기 쉬운데, 이를 일반 책을 통해 지식을 점점 확장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글을 읽기 꺼려한다면 부모가 책을 읽어줘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도 좋다. 학습 만화과 일반 책의 차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일반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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