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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설 흡연금지' 불붙는 실효성 논란

▲ 27일 오후 금연거리로 지정된 대구 동성로 벤치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27일 오후 금연거리로 지정된 대구 동성로 벤치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기존 금연구역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정부가 공공이용시설에서 아예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현행 금연구역 흡연조차 막지 못하면서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남발한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흡연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무작정 못 피우게 하려면 담배세도 거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무실 금연구역=27일 오후 대구 남구의 한 병원 5층 비상구 계단. 환자복을 입은 남성들이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재떨이로 사용된 종이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절대금연구역이지만 이곳 병원 비상계단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금연건물로 지정된 한 관공서 역시 곳곳에서 흡연이 이뤄지고 있었다. 화장실 쓰레기통에는 담배꽁초가 여럿 보였다.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금연·흡연구역을 구분해 놨지만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종종 보였다. 종업원은 "금연구역을 만들지 않으면 처벌받지만 그곳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며 "손님이 재떨이를 달라고 하면 가져다 준다"고 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대형건물(1천㎡ 이상), 의료기관, 학교 등 16개 공중이용시설은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금연·흡연구역을 구분하고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가족부는 앞으로 150㎡(약 50평) 이상 음식점과 만화방, PC방, 목욕탕, 정부청사, 의료기관, 관광숙박시설 등 공중이용시설에서 일절 담배를 피울 수 없게 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행된다. 건물 밖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자치단체장이 여러 사람이 오가는 지역을 금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흡연 단속은 불가능=금연구역을 늘린다고 담배를 안 피울까?

지금까지 금연정책은 금연구역 지정 따로, 단속 따로여서 담배연기를 막지 못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현재 금연구역에서 흡연이 이뤄져도 단속권한이 없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단속권은 경찰에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금연단속에 나서기 어렵다. 지난 한 해 대구에서 금연구역 위반 등으로 3만2천973건의 흡연자가 적발됐지만 상당수가 담배꽁초 무단투기 등이고 건물 내 흡연은 거의 없었다. 한 경찰관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2만원, 3만원짜리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적발이 쉽잖다"며 "현재 신고가 들어올 경우에만 단속에 나선다"고 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최진숙 사무총장은 "건물 내 흡연구역을 만드는 것은 간접흡연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정책이었다. 앞으로는 자치단체장이 당구장, 기원 등 모든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담배를 못 피우도록 하고 건물주에게도 단속권을 주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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