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가를 이루다]'디자인 앤 플래닝' 박동한씨

튀고 싶은 가게 이야기 풀어내는 시나리오 작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도 첫 인상이 중요하듯 기업이나 가게도 마찬가지다. 기업체나 가게의 이미지를 디자인해주는 일을 20년째 해오고 있는 '디자인 앤 플래닝'의 디자이너 박동한(43)씨.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이지만 대구에도 3곳 정도가 있으며 요즘은 점차 대중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가게의 경우 상호를 지어줄뿐 아니라 이미지에 맞게 디자인해준다. 기업체의 경우는 디자인이 가미된 로고 제작은 물론 사업계획을 비주얼화해주는 작업도 겸한다. 소위 기업체로부터 프레젠테이션 의뢰가 오면 관련자료를 만들어 '키 노트(Key Note, 맥에서 사용)'로 그래픽 요소를 강하게 곁들여 생동감 넘치는 기업홍보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박씨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대학 재학 때. 1988년 영남대 응용미술학과에 입학, 중도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디자인 앤 플래닝 사무실을 차렸다.

"그때는 디자인 작업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사무실을 열면 많은 일이 마구 생길 것 같았어요."

당시 박씨는 순수한 대학생의 열정으로 가득 차 하고 싶은 일에 조바심을 느끼며 다가갈 정도였다. 박씨는 이 분야의 일을 학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직접 사무실을 열고 현장에서 터득했다. 현장에서 익히고 싶은 갈망 때문에 대학을 8년 만에 졸업한 박씨는 줄곧 이 길을 향해 열정을 태우고 있다.

'디자인 앤 플래닝'이란 직종에 대해 박씨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전 맞선 자리에서 상대방 부모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2시간 정도 설명했는데 잘 몰라서 인쇄소를 운영한다고 말했다"며 직업에 얽힌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박씨가 지금까지 가게 상호를 디자인해 만든 로고만도 1천여개에 이른다. 박씨는 자신의 대표작으로'빅 스푼''뉴욕 뉴욕''플러그''딘컴'등을 꼽으며 특히'플러그'는 대구시 지정 '아름다운 상점상'을 받기도 했다고. 또한 서울의 유명 레스토랑 주인도 대구까지 내려와 가게 상호 디자인을 의뢰할 만큼 박씨의 탄탄한 내공을 인정한다. 박씨는 해외까지도 진출해 대구시와 자매도시인 미국 애틀랜타 합스필드 공항의 대구홍보 부스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박씨는 "90년대 초반 로바다야키(일식집) 대구 1호점 이름이'전국시대(全國時代)'였는데 한문으로 쓰니까 중국집 냄새가 나 얇은 일본풍의 로고체로 다시 만들어 주니 가게가 호황을 누렸다"며 "간판을 크고 화려하게 하는 것보다 정제된 디자인과 가게 이미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게 상호의 경우 자연스럽게 일반인의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씨는 특히 가게 상호 디자인 뿐 아니라 기업체 홍보관련 업무, 브로슈어 제작 등 다양한 분야까지 망라해 튀고 싶은 가게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시나리오 작가처럼 고민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가게의 인상을 좋게 하기위해 예쁜 화장을 해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셈이다.

박씨는 또한 IT산업의 발달로 종이를 사용하는 산업이 위축되고 있지만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이미지 컨설팅 시대가 다가오면 디자인 잘된 제품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박씨는 시야를 해외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 동경공예대학과 합작해 만든 '오바케이션'이란 동화책자의 일러스트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오바케이션'은 일본 문부성이 경비를 들여 한국'중국'스리랑카 등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육용 교재인데 타국에 비해 디자인이 우수했다며 한국의 풍부한 인적자원과 값싼 제작비는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알면 알수록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는 박씨는 "모든 디자이너는 보편적이면도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년째 다소 생소한 분야인 '디자인 앤 플래닝'에 몰두하며 앞으로도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끝〉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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