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타당성 찾기 힘든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생명윤리 기준을 보다 엄격히 준수하고 난자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동물실험 병행 조건을 지킬 경우 연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작 몇 차례의 심의만으로 인간 생명 그 자체인 배아를 희생시키는 이 연구의 타당성에 손을 들어준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결정이라 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척수 손상이나 심혈관 치료, 인공혈액 개발, 파킨슨병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가 아무 부작용도 없는 '만능 세포' 기술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의학계에서도 종양 발생 위험성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배아를 조작하고 파괴할 수밖에 없는 이 연구를 허용하는 것은 생명 윤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의학적 관점에서도 성급한 판단이다.

정부가 연구를 허용한 배경에는 연구기관들의 연구 신청을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없고,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하지만 남들이 한다고 해서 쫓기듯 연구를 허용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경제적'기술적 관점에만 매몰돼 생명 파괴라는 윤리적 결격 사유가 있는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윤리와 상식마저 무시한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지난 황우석 사태 때 이미 경험했다.

천주교 생명윤리위원회는 어제 성명을 통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질병 치료라는 선한 목적이 있다면 그 방법 또한 선해야 한다"며 정부 방침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종교계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정부는 생명윤리를 침해 않을 연구 방법을 폭넓게 검토하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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