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대구문화재단 대표 찾기

어떤 자리에 어떤 사람을 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 가지뿐이면 선택의 여지가 없고 뒷말도 덜하다. 방법이 많다 보니 이것 저것을 따져봐야 하고 걸리는 것이 많아 점점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 어려움을 이유로 아무런 결정을 못 하는 것이다.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판을 어지럽혀 놓고도 대안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면 어떤 결론을 내든 믿음을 얻기란 어렵다.

대구문화재단의 대표를 찾는 문제가 딱 이 꼴이다. 대구문화재단은 2월에 이미 출범에 필요한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3개월째가 되도록 감감하다. 대구시가 대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대표를 공개모집했다. 이어 추천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두 사람을 선정, 추천하고 대구시장이 최종 낙점하도록 했다. 외형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그 공정성과 객관성은 내부에서 무너졌다. 철저하게 가려져 있어야 할 추천위원회의 명단이 일찍부터 나돌았다. 결국, 파행적인 심사결과가 나오면서 대구시는 공모 백지화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파행 가능성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은 간 곳 없고 거꾸로 큰 소리를 내지른 셈이다.

이후 대구시의 행보를 보면 해외토픽감이다. 이사회를 통해 공모 포기를 결정한 뒤, 이사들이 무작위로 적임자를 적어 다수표를 얻은 인사를 추천한 것이다. 인사 추천 방식으로서는 전례가 드물게 획기적인 발상이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1위로 추천된 인사가 김 시장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의 간청에도 적극 固辭(고사)했다. 벌써 2개월째다. 三顧草廬(삼고초려)를 넘어 十顧草廬(십고초려)쯤 되는데도 말이다. 이쯤이면 대구시도 포기를 할 만한데 이 인사를 제외하고는 어떤 대안도 없다고 한다. 재단 출범을 미루더라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고집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온갖 뒷말이 떠도는 것은 不問可知(불문가지)다.

대구시가 공모를 해놓고 판을 깬 것은 김 시장 임기 중 두 번째다. 2006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공모 때도 그랬다. 추천위가 2명을 추천했지만 결과 발표를 몇 개월이나 끌다가 결국 백지화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 압력설과 김 시장의 속내가 다른 곳에 있었다는 수많은 뒷말이 떠돌았다. 그 뒤 대구시는 8개월 뒤에야 공모가 아닌 영입으로 관장을 선임했다.

이러한 대구시의 이해하지 못할 행보는 김 시장의 지나친 조심성에서 비롯한다. 이 조심성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는 뜻이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괜한 구설수에 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거나 다른 腹心(복심)이 있다면 분명히 잘못이다. 또 고민의 시간이 길어져 결론이 나지 않으면 조심성은 優柔不斷(우유부단)과 같은 뜻이 된다.

결과만 두고 보면 시장의 뜻대로 선임하는 것이 훨씬 나을 뻔했다. 不偏不黨(불편부당)하게 선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는 뜻이다. 추천위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시장이 마음대로 판을 깬다면 공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련의 결과에서 나타났듯 공모는 대구시 문화행정을 불신하게 되는 惡手(악수)가 됐다.

庭燎之光(정료지광)이라는 말이 있다. 詩經(시경) 小雅(소아) 편 庭燎(정료)에 나오는 말로 나라의 큰 일 때, 밤중에 입궐하는 신하를 위해 대궐의 뜰에 피우던 화톳불을 뜻한다. 이 낱말이 널리 인재를 찾는 말로 바뀐 것은 齊 桓公(제 환공) 때다. 환공은 늘 뜰에 횃불을 밝히는 심정으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등용함으로써 春秋五覇(춘추오패)의 한 군주로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이에 비춰보면 대구시의 횃불은 켜놓은 시늉만 하고 있는 겉치레다. 밝지도, 뜨겁지도 않다. 공모라는 횃불보다는 시장의 캄캄한 속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인재가 없다고 탓하지 말라. 없는 것이 아니라 캄캄하니까 오지 않는다. 또 인재가 와도 캄캄한 쪽만 바라보고 있으니 알아볼 수도 없다. 아무래도 대구문화재단의 대표를 찾는 문제는 이 어둠을 걷어내는 일이 먼저인 것 같다.

鄭 知 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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