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意雙腰合(유의쌍요합) 多情兩脚開(다정양각개) 動搖在我心(동요재아심) 深淺任君裁(심천임군재). '마음이 있어 허리를 합하였고, 정이 많아 두 다리를 열었다오, 흔드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깊고 얕은 것은 그대 재량으로….'
진양조에서 중모리 중중모리를 거쳐 자진모리로 숨가쁘게 치닫는 에로티시즘의 절정? 그런 후끈한 상상을 하며 이 시를 읽었는데, 사실은 이 한시가 가위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剪刀'(전도)란 오언절구라면 적이 실망스러울까.
사랑(舍廊)에서 글 읽기가 무료해진 어느 선비가 심심파적으로 읊은 언어의 유희인가, 독수공방을 바느질로 지새우는 애틋한 여인이 가위질을 하며 젖어든 성적 몽상인가? 아무튼 이 시는 그 표현과 전개과정에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의 뉘앙스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으면서 비롯된 이 아찔한 경험과 숨막히는 관능의 순간은 예나 지금이나 금지된 장난이 더 짜릿하기 마련인가. 조선후기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과 월야밀회(月夜密會)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시길…. 달빛 아래서도 숨길 수 없는 그 발그레한 미열과 밭은 숨결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란 참으로 묘하다. 사리분별(事理分別)이 멀쩡한 남녀가 시간불고(時間不顧) 장소물문(場所不問)하기가 다반사요, 자칫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까지 비화되는 게 알다가도 모를 상열지사이다.
어느 양반집 고택에서 일어난 일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봄날, 아우가 아침나절부터 형님집을 찾았다. 옛날에야 어디 '노크'란 게 있었던가. 대청마루에 올라선 아우는 "형님 계십니까"란 소리와 함께 다짜고짜 안방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뜻밖에도 형님 내외가 한참 '상열지사' 중이 아닌가. 난감한 아우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엉거주춤 서있는데. 형이 점잖게 하는 인사말이 "아우 왔는가. 보다시피 난 지금 '뜨신 음식' 먹고 있네…"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우가 얼른 받아서 하는 말이 "아이구 형님! 그럼 계속 드시지요. 전 방금 먹고 왔습니다"였다. 얼마나 멋진 대구(對句)인가. 서로가 너무도 황당하고 민망한 상황을 그렇게 간단한 대화 속에 녹여버리는 기지가 놀랍다. 하기야 내외간의 '사랑'인데 탓할 일이 또 무엇이던가.
문제는 외간 남녀간의 상열지사. 현대판 육담(肉談)을 하나 곁들인다. 혈기방장한 어느 30대 부부가 휴일 대낮에 상열지사를 벌이다가 그만 어린 아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런데 짓궂은 아들 녀석이 이불까지 훌러덩 걷어내면서 "엄마 아빠 지금 뭐하는데…?"라고 연방 물어대는 게 아닌가.
무안하기 짝이 없는 아빠가 어린것에게 애써 변명을 했다. "응! 아빠가 지금 엄마에게 기름을 넣고 있어…. 차도 기름을 넣어야 굴러 가잖아." 그날의 방사(房事)는 그렇게 얼버무려 넘겼다. 그런데 그 다음날 밤, 퇴근해서 현관문을 들어서는 아빠에게 아들 녀석이 쪼르르 마중을 나오며 하는 말이 "아빠! 오늘은 엄마에게 기름 안 넣어도 될 것 같아" 하는 게 아닌가.
아빠가 예삿말로 "왜?" 하고 되물었는데 아이의 말이 기가 막혔다. "낮에 옆집 아저씨가 기름을 넣었는데 엄마가 계속 '그만 그만' 하던데…"라는 것이었다. Y담이기에 망정이지 세상에 이런 흉악망측한 일이….
남녀상열지사가 만발한 시절은 뭐니뭐니해도 만전춘(滿殿春) 쌍화점(雙花店) 등의 속요(俗謠)를 낳은 고려시대 후기일 듯하다.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님과 내가 얼어죽을망정… 정 둔 오늘밤 더디 새오시라.' 그것은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대부들이 이끌었던 조선시대에도 그 내밀한 명맥을 이어왔다.
오늘날에는 민주화와 정보화의 물결을 타고 망발(妄發)하고 있으니 만사(萬事) 지나치면 그르치기 마련인 법. '어긔야 즌데를 드듸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아으 다롱디리.'(백제가요 정읍사 중에서). 부디 '준데'를 조심하시길, 아으…!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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