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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조홍시가(早紅枾歌) / 박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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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시가 (早紅枾歌)

박인로

반중(盤中)조홍(早紅)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 즉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어버이 받드는 일이 날 받고 달 받아 하는 것이 아니지만, 5월은 사랑 중에서도 으뜸인 사랑, 어버이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어제는 어버이날이기도 했다. 옛시조에 '효'를 노래한 작품이 많은데 그 중에서 회자되는 것이 '조홍시가'이다. 노계 박인로(蘆溪 朴仁老·1561~1642)의 작품으로 영천 북안면 도천리에 시조비(時調碑)가 서 있다.

이 시조는 '육적회귤(陸績懷橘)의 고사가 바탕이 되고 있다. 옛날 중국 오(吳)나라의 육적이, 여섯 살 적에 원술(袁述)의 집에서 접대로 내놓은 유자 세 개를 품안에 숨겼다가 발각되었다. 그 까닭을 물으니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리고 싶어 그랬노라고 대답, 그 지극한 효성에 모두가 감동했다는 이야기다.

이 시조를 풀어보면 '소반에 담긴 일찍 익은 붉은 감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라도 품안에 몇 개 집어넣고 싶지만/ 품어 가져간다 해도 반가워할 어머니가 없으므로 그것 때문에 슬퍼합니다'란 뜻. 중장의 '유자 아니라도' 가 고사와 관련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시조는 노계가 한음(漢陰)이 접대로 내놓은 감을 보고 '육적회귤'의 고사에 비추어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시조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 알려진 것.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이 성리학을 배우러 온 노계에게 조홍감을 대접하며 그것을 소재로 하여 시조를 짓도록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김석배, 경오본 '노계가집'에 대하여).

한음이 짓게 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은 한음이 '조홍시가'를 보고, 노계에게 단가 3장을 더 짓도록 한데서 연유한다. 노계의 '조홍시가'는 4수인데 첫째 수와 2~4수는 그 창작 시기가 다르다. 첫 수는 여헌이 짓게 했고, 나머지 세 수는 여헌이 짓게 한 첫 수를 보고, 한음이 노계에게 3수를 더 짓게 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조홍시가' 첫 수는 이렇게 창작되자마자 화제를 모았다. 둘째 수는 효자들의 고사를 인용, 효도하겠다는 심정을, 셋째 수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 더디 늙으시기를 바라는 심정, 끝수는 현인군자들과 교유하고 있는 유자로서의 자긍심을 담고 있다. 첫 수만 많이 알려져 있는데, 효를 실천하려는 선비의 다짐이 오늘날 많은 불효자의 얼굴을 붉히게 한다.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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