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은 요즘 화요일 저녁이 되면 흥겨운 우리 가락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떤 날은 거문고, 해금, 가야금, 대금 소리가 고즈넉한 봄밤을 채우고, 어떤 날에는 전통 무용, 판소리가 울리고 또 어떤 날에는 장중한 국악 합주가 선보인다. 양악이나 뮤지컬 등 서양 예술이 공연계를 점령하다시피 한 가운데 전통의 예인들이 우리 가락을 알리기 위해 국악 상설무대를 열고 있다.
◆국악 상설공연, '우리 가락과 친해지기'="그 곳에 가면 늘 국악 공연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주영위 대구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는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의 화요 상설공연을 기획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립국악단은 2007년과 2008년에도 상설공연을 가졌지만 격주에 그쳤다. 매주 화요일마다 국악공연을 무대에 올린 것은 올해가 처음.
주 지휘자는 "국립국악원의 경우 화요'목요 상설공연이 자리잡아 국악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상설 국악공연은 외국인 등에게도 관광 성격의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부터 연중 공연에 들어간 시립국악단의 화요 상설공연은 성실하고 야심만만하게 진행 중이다. 홀수째 화요일에는 국악단 공연이 있고, 짝수째 화요일에는 국악 단원들의 개인 공연이 선보인다. 15~20중주로 펼쳐지는 국악 관현악단의 공연이 대구 국악의 역량을 펼쳐 보이는 성격이라면 독주 또는 2, 3중주로 펼쳐지는 개인 공연은 단원들의 실력을 기르고 발표 기회를 갖게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시립국악단 공연의 풍부한 레퍼토리는 큰 자랑이다. 가야금'거문고'피리'대금'해금 산조 등 기악 연주 외에도 검무, 살풀이, 소고춤, 승무, 시조, 판소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매주 펼쳐진다.
대구국악협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 두류공원내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금요 상설공연'을 연다. 15일 개막하는 이번 공연은 매주 금요일 오후 7, 8시에 무대에 올려지며, 9월까지 총 25회 공연 예정이다.
이명희 대구국악협회장은 "대구시립국악단이 힘든 여건 속에서도 상설공연을 개최한 것은 국악계에 획기적이고 의미있는 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15일 첫 공연에서는 천왕메기 공연과 장유경 계명대 교수와 제자들의 무용 공연, 모듬북'성주풀이가 선보인다.
◆홀대 받는 국악, '전용 국악당 있어야'=지난해 5월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 공연문화도시 조성 기본구상'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성악, 기악, 오페라 등 양악 공연 빈도가 서울을 제외한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뮤지컬 공연도 많았다. 대구의 2006년 공연 장르별 공연 일수를 비교해보면 양악이 380일, 뮤지컬이 325일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국악은 65일에 그쳤고, 공연장도 문화예술회관과 봉산문화회관, 두 곳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악계의 상설 공연은 이런 절박한 현실에 처한 우리 가락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양악은 기악, 오페라, 무용, 합창 등 장르별 예술단체를 구성해 단체별로 대구시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국악은 이런 모든 장르를 공연하면서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오죽하면 시립국악단 70명(무용12명 포함) 단원 중에 판소리 공연자가 없어 매주 객원 연주자를 쓰겠습니까." 주영위 대구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는 이런 현실 때문에 국악이 양악에 뒤처지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낳게 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악인들이 전용 국악당 설치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 남산국악당의 경우 '요일별 레퍼토리 극장', '하루종일 열린 극장'을 표방하며 국악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주 지휘자는 "국악당 설치는 국악을 통한 정체성 회복과 국악의 대중화, 지역 국악 인력의 역량을 기르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대구 시립 국악단 화요상설 공연 일정(5~6월)
공연명일시내용
시립 국악단 공연19일 오후5시관악합주 '상령산', 해금독주곡 '아리랑', 승무, 판소리 '박타령'
김세미 독무회 '봄이 오면'26일 오후7시살풀이, 검무, 진도북춤, 창작무용 '봄이 오면'
시립 국악단 공연6월 2일 오후5시관악합주 '수제천',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밀양아리랑 등
김은진 해금 독주회6월 9일 오후7시지영희류 해금산조, 가야금 연주곡 '침향무' 등
김영순, 박정 2인 음악회6월 16일 오후7시도드리,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 서용석류 대금산조 등
이승엽 타악 연주회6월 23일 오후7시 장구산조, 경기굿 '푸살', 한국장단에 의한 타악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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