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일상'문화'공간

천선영 외 지음/노벨 미디어 펴냄

일상이 문화가 될 수 있을까? 때때로 지겹고 팍팍해 보이는 삶의 현장도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펼치는 우리의 일상 행위가 문화이고 예술일 수 있을까?

이 책 '일상'문화'공간'은 '그렇다'고 답한다. 가장 좋은 산은 동네 뒷산이라는 말이 있다. 지은이 천선영 교수는 "문화란 것이 엄숙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것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문화를 즐기기 위해 굳이 박물관을 찾아가고 비싼 공연을 관람할 필요는 없다. 밥 먹고 차 마시는 공간, 일상의 다반사 안에도 문화와 예술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공간, 그런 일상을 문화와 공간이라는 주제로 재조명하고 있다.

커피향 은은한 길모퉁이 작은 카페, 통기타 소리, 시골 마을 폐교를 개조해 만든 미술관, 너른 잔디밭 위로 잔잔히 흐르는 평화…. 그 모든 것들을 문화와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가 김진애씨는 자신의 책 '이 집은 누구인가'를 통해 "집은 사람이다. 집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천선영 교수는 그 말에 동의를 표하며 "공간은 사람이다. 공간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그러니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그 공간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이며, 공간에 대한 이해는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공간'은 '일상'이며 '문화'라는 말이다.

책은 대구 지역의 일상문화공간 70여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이 있는 일상문화공간, 책이 있는 공간, 선율이 있는 공간 등을 비롯해 일상 속 복합문화공간, 맛과 향기가 있는 공간 등을 소개한다. 여기에 각 공간의 역사와 공간적 특성, 운영하는 사람들의 삶을 비롯해 '이야기' 부분, 문화정보, 주소, 연락처, 추가 안내사항 등 정보사항까지 아우르고 있다. 많은 사진과 그림 지도를 곁들여 보는 재미와 함께 직접 찾아가보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한 '공간의 생애사'에 대한 기록이며 물리적 공간의 문화적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지은이 천선영 교수는 "'일상문화가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일상과 문화가, 그리고 공간과 일상이 어떻게 만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외지인'인 나도 아는 공간을 모르는 사람들이 무척 많더라. 혼자 잘 먹고 잘 놀기보다 같이 잘 먹고 잘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일상공간 속 문화를 이야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387쪽, 2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이 책 '일상'문화'공간'에 수록된 내용과 관련, '대구와 함께하는 일상'문화'공간' 전시회가 18일부터 24일까지 대구 서부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각 문화공간 패널이 전시되고 책 판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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