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도끼'라꼬예? 무슨 사람 이름이 그래예.", "아니, 독희. 손독희!", "'손도끼'예?"
한 남자가 달동네로 다급히 숨어든다. 조직의 돈을 빼돌려 추격을 받는 남자의 이름은 '독희'. 조폭으로 살아왔지만 홀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소원이다. 도무지 세상이 엿 같기만 한 남자는 달동네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구멍가게를 하는 '지순'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따뜻함을 간직한 여자다. 둘의 사랑은 달동네를 배경으로 수줍게 시작된다.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공연 중인 연극 '보고 싶습니다'는 신파다. 순수함을 간직한 조폭과 청순한 아가씨, 그리고 달동네. 연극은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영화 장면 같은 연출로 관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순수를 선사한다.
"뭔 박카스가 이렇게 차?…맛있네." 툴툴대면서도 지순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는 독희의 연기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지순은 독희에게서 '사이다처럼 톡 쏘는 냄새'를 맡을 줄 안다. 숨겨진 그의 착함을 발견해 낼 줄 안다. 둘이 서로의 이름으로 장난치는 장면은 막 시작한 연인들의 모습처럼 수줍고 아름답다.
연극은 달동네까지 쫓아온 조직 두목으로 인해 긴장 국면으로 전환된다. 결국 독희는 칼을 맞고 지순의 품에서 쓰러져 숨을 거둔다. 골목길에는 눈이 펄펄 내린다.
극단 '화살표' 작품인 '보고 싶습니다'는 장점이 많은 연극이다. 무대 세트는 달동네를 그대로 옮겨왔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훌륭하다. 백열등이 켜진 골목길이나 함석집, 연탄재, 구멍가게는 실감난다. 동네 건달로 나오는 조연배우들과 술집 아가씨 역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준다.
'보고 싶습니다'의 등장인물들은 전형적이다. 하지만 이런 신파의 한계 안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재주를 발휘한다. 공연은 6월 14일까지.
053)256-0369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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