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9 희망나눔] "희망나눔 덕분에 건강 되찾았지요"

▲ 희망나눔 캠페인을 통해 주민등록을 되찾고 건강하게 살아갈 길까지 마련한 김모 할머니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희망나눔 캠페인을 통해 주민등록을 되찾고 건강하게 살아갈 길까지 마련한 김모 할머니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희망나눔 캠페인 덕분에 잃었던 건강도 되찾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까지 갖게 됐습니다."

7일 대구의료원에는 심한 폐렴 증상을 보이는 김모(69·서구 비산동) 할머니가 실려왔다. 하지만 할머니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건강보험조차 가입돼 있지 않았으며, 복지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 비급여로 입원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비만 수백만원을 내야 할 처지였다. 시장에서 채소장사로 하루하루 끼니를 잇는 할머니 형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할머니의 사정을 알고 도움을 요청한 것은 할머니의 집주인 정모(55·여)씨. 정씨는 대구의료원 원무팀 사회복지사를 통해 매일신문 희망나눔 캠페인으로 사연을 알려왔다. 매일신문사와 대구시는 대책회의를 열고 할머니를 도울 방법을 찾아나섰다.

일단 가장 급한 일은 말소된 주민등록을 되살리는 것. 할머니는 1993년 경남 사천에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서구청의 도움을 받아 신원을 조회한 뒤 11일자로 주민등록을 재등록하면서 건강보험 가입권한 역시 갖게 됐다. 또 이와 함께 혼자 살아가는 할머니의 생계 유지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추진 중이며, 긴급의료비 지원(300만원 한도)을 확정했다.

14일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코에 호흡기를 끼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연을 묻자 김 할머니는 "20여년 전 보증을 잘못 서 1억에 가까운 빚을 지게 돼 어쩔 수 없이 신분을 버리고 숨어 살았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재혼한 남편과 10여년을 함께 살았지만 빚 독촉에 시달리자 어쩔 수 없이 가정을 떠나 혼자 살아야 했던 것.

경남과 경북 여기저기를 떠돌며 살던 할머니는 3년 전부터 비산동에 정착하고 인근 시장 난전에서 잡곡과 채소 등을 팔며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길바닥에 앉아 있어봐야 버는 돈은 고작 1만원을 넘기가 힘들었다. 집세도 벌써 1년 넘게 제대로 내지 못했지만 할머니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집주인이 그냥 방을 내줘 지금껏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집주인 정씨는 할머니의 치료비에 보태달라며 미리 병원 원무팀에 50만원을 맡기고 가기도 했다.

할머니는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김 할머니는 "오른쪽 눈은 7년 전 이미 실명한 상태이고, 왼쪽 눈 역시 녹내장과 백내장이 겹쳐 희뿌옇게 겨우 형체만 알아보는 상황이지만 수술비가 없어 지난 연말 병원 예약을 해 놓고 결국은 가지 못했다"고 했다. 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다 보니 비싼 병원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병원 치료 한번 받는 데 진료비만 4만, 5만원이고, 약값도 1만5천원을 내야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할머니는 새로운 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국가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최소한의 생계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게 됐으며, 병원 진료 역시 적은 돈으로 받을 수 있게 된 것. 김 할머니는 "집주인을 비롯해 여러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병도 고치고, 막막했던 삶에 희망이 생겼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할머니는 약 일주일간 폐렴 치료를 더 받은 뒤 퇴원할 예정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