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여왕'들은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맛간장'을 준비한다는 사실. 맛간장은 시중에 판매하는 진간장에다 각종 과일과 야채를 넣고 만든 그야말로 시간과 정성이 가득한 간장이다. 대개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이 2, 3일 걸린다. 건강한 슬로푸드다.
맛간장의 특징은 많이 넣어도 짜지 않고 음식의 감칠맛을 더해준다는 점이다. 요리시간까지 줄여주고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아 만능이다. 주방의 감초인 셈이다.
맛간장을 20년 동안 만들어온 손명자(67·대구시 남구 대명6동) 주부와 맛간장을 무기 삼아 음식점까지 개업한 문란주(49·대구시 남구 봉덕동) 주부의 맛간장 이야기를 들어본다.
▲20년 경력 손명자 주부의 맛간장
손씨는 인기 짱이다. 음식솜씨가 좋을 뿐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맛간장을 한 병 선물받으면 그날로 그의 광팬이 되고 만다. 그만큼 그의 맛간장은 풍미가 대단하다. 또 집에서 만들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짜지 않아 좋다.
요리할 때 손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성과 좋은 재료'다. 그래서 맛간장을 만들 때도 최고의 재료를 고른다. 재료 고르는 데 하루가 걸릴 만큼 흠이 없고 싱싱한 것만 사용한다. 그래야 간장의 제맛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맛간장을 만드는 데 3일이 걸린다. 준비하고 끓이고 마무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정성이 없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밑음식이다.
손씨의 맛간장은 멸치나 다시마 새우 등을 넣지 않는다. 야채와 과일이 전부다. 멸치를 넣으면 비린 맛이 나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마무리만 잘하면 2년도 끄떡없다고 한다.
맛간장을 이용한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겉절이할 때 맛간장에다 파 마늘 고춧가루만 넣고 살짝 버무리면 끝이다. 샐러드를 만들 때도 맛간장에다 식초를 살짝 더 넣으면 되고 어묵이나 만두 초밥을 먹을 때 간장으로 쓰면 음식맛이 한결 더해진다. 나물밥이나 해물밥에 양념간장으로 사용하면 딱이다. 요리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재료(곰솥 기준)
양배추 작은 것 2통(큰 것은 1통 반), 깐마늘 반접, 생강 5~6쪽, 당근 4~5개, 사과(싱싱한 것) 4~5개, 양파 7~8개, 배(크고 싱싱한 것) 1개, 표고 10~15개, 파 5뿌리
※만드는 법
양배추는 듬성듬성 자르고 생강은 껍질을 벗긴다. 사과 배는 꼭지를 파내고 통째로 넣는다. 양파도 꼭지와 뿌리만 자르고 껍질째 넣는다. 당근도 듬성듬성 자른다. 파는 뿌리만 잘라내고 표고는 꼭지째 넣는다.
※끓이는 법
물과 재료가 동량이 되도록 해서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불로 하여 약 7~8시간 달인다. 양배추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봐서 뭉그러지면 불을 끄고 고운 바구니에 밭쳐 물을 내린다. 야채 물이 식으면 진간장과 야채물을 1대 1.2 비율로 섞는다. 그리고 조선 간장을 0.2% 정도 섞는다. 여기에다 식성에 맞게 황설탕과 사과식초를 넣어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시 한번 끓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 녹으면 물기 없는 병에 담아 뚜껑을 꼭 닫아 두면 1, 2년 보관이 가능하다.
▲경양식점 '키친 맘' 사장 문란주 주부의 맛간장
친정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맛간장은 데리야키 소스를 닮았다. 짜지 않고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져 고기양념으로 딱이다. 시내 갤러리존 부근에 있는 '키친맘'의 인기메뉴인 볶음밥과 돈가스 밑간에도 이 맛간장이 사용된다. 맛간장을 이용한 떡볶이는 아주 맛이 독특하다. 궁중떡볶이 같은 맛이면서도 훨씬 진하다. 해물야끼스파게티도 맛간장의 풍미가 살아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밑반찬을 만들 때 사용하면 훌륭하다. 맛간장만 있으면 멸치 감자 두부 각종 조림도 아주 쉽다. 하지만 10시간쯤 수고해야 한다.
※재료(곰솥 기준)
간장 1.8ℓ 4병, 배 3~4개, 사과 2개, 파인애플 통조림 1통(836g), 양파 작은 것 5개,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로 2토막, 파 흰쪽만 6쪽, 흑설탕 500g
※만드는 법
위의 재료를 넣고 나머지는 물로 가득 채운 후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하고 물의 양이 3분의 2로 줄어들면 맛술(1.8ℓ) 반병과 물엿(1.8ℓ) 한통 반을 넣고 졸인다. 그 다음 약불로 은근하게 졸여 물의 양이 절반이 되도록 한다. 물의 양이 절반이 되면 식혀서 찌꺼기를 깨끗하게 걸러내고 물기없 는 통에 담아 냉장보관한다. 10시간 이상 끓이는 것이 포인트다. 저녁에 자기 전에 불 위에 올려놓고 약한 불로 밤새도록 졸이면 쉽게 할 수 있다. 기호에 따라 맛술과 물엿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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