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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작품 1점 가격 700억원…블록버스트 전시회의 뒷얘기

▲ 르누아르 전시회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 르누아르 전시회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시골무도회'. 전체 118점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보험가액만 700억원에 달하는 작품이다. 시골무도회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는 여인은 당시 르누아르의 애인으로 나중에 부인이 된다.
▲ 르누아르 작
▲ 르누아르 작 '쿠션에 기댄 누드'
▲ 살가도의 사진작품. 주로 제3세계 빈곤층들의 빈곤과 기아, 전쟁 등 모습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 살가도의 사진작품. 주로 제3세계 빈곤층들의 빈곤과 기아, 전쟁 등 모습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인간 내면의 미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지 않고 이 작품들을 접한다는 것은 특별한 기회가 아니고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 블록버스트급 대형 전시회는 예술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일반인에게는 더없는 호기다. 5천원~1만원 정도만 내면 가슴 떨리는 작품이 내 눈 앞으로 다가온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기회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2004년 샤갈전 등이 대형 전시회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대형 전시회는 어떻게 이뤄질까. 뒷얘기가 궁금하다.

'과연 이 작품들은 어떻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을까' '보험료는' '작품 가격은' '누가 어떻게 움직이며 유명 화가의 작품들을 대여받나' '어떻게 실어나르나' '작품이 훼손된 적은 없을까' 등등.

명작을 보는 기쁨에 더해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만한 대형 기획전시의 뒷얘기를 지역 출신의 '미술 기획전시의 마이다스의 손' 서순주 전시커미셔너와 지역 갤러리 기획자들을 만나 들어봤다. 이들은 오리와 같다. 전시회는 우아하고 관람객에게 큰 기쁨을 주지만, 이들은 그 전까지 물밑 사투를 벌어야 한다. 이들이 사는 뒷동네를 살짝 엿봤다.

◆르누아르 작품을 보기까지

'작품 1점 가격 700억원, 그림 118점에 대한 총보험가 1조원, 전시기간을 전후한 이들 그림에 대한 보험료는 보험가의 1천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원'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 전시회 얘기다. 대표작인 '시골무도회'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보험가액만 700억원.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구입은 어렵다고 한다. 웬만한 그림은 모두 수십억원대로 보면 된다.

118점의 그림은 3년 전부터 섭외에 들어간다. 르누아르 작품을 소장한 파리 오르세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 일본 도쿄 후지미술관, 개인 소장자들 등 전세계 40곳의 공공 미술관 및 작품 소장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세계적인 미술관은 보통 1년 정도는 전시계획이나 해외 반출계획이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2, 3년 전부터 미리 움직이지 않고는 전시기간에 그 작품을 확보하기는 힘들다.

또 이들 미술관이나 소장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는 아무리 비싼 대여료를 제시해도 작품을 들여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번 '르누아르' 전은 그런 면에서 보면 성공적이다. 서준주 전시커미셔너가 파리에서 12년 동안 공부하고 또 국내 블록버스터 기획을 6년 동안 성공시키면서 'Mr. 서' 하면 이쪽 세계에서는 그 능력과 신뢰감을 인정해준다.

배송도 특이하다. 비행기 1대에 다 실어나르다 사고라도 나면 1조원을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5, 6회 정도로 나눠서 공연시작 열흘 전쯤 도착하도록 한다.

명작을 실어나르는 나무로 짠 박스인 '크레이트(Crate)' 가격도 개당 500만원이다. 이 크레이트는 방온, 방습기능이 될 뿐 아니라 스펀지, 특수 스티로폼 등으로 웬만한 충격으론 작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특수설계돼 있다. 또 작품이 현지에 도착하면 온도 변화 적응을 위해 창고에 뒀다 24~48시간 사이에 풀어서 상태를 확인한 뒤 전시한다.

이혜민 어시스턴트 디렉트는 "전시기간 동안 작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특별한 신경을 쓴다"며 "음식물은 껌조차 반입이 금지되며 경호팀 직원들이 항상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두 기획전시 '살얼음판'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기본적으로 2천만명의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대구에서 하는 기획은 고작해야 그 대상이 경북까지 합해 500만명 정도. 시장이 다를 뿐더러 국제도시로서의 위상 등에서도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만큼 섭외가 어렵고, 전시회 수지를 맞추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도시, 대구 역시 대형 기획전이 적잖게 등장하고 있다. 올 3월에는 대구에서 큰 전시회가 2차례 있었다. 세바스티앙 살가도 전시회와 아트 대구 2009.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작품은 어린이들의 빈곤과 기아문제를 다룬 총 58점의 작품. 하지만 작품 배송료와 보험료가 총 전시예산을 초과해버려 문제가 발생한 것. 이를 기획한 손근수 아르토갤러리 대표는 전시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일본 우메즈 대표가 작품들을 직접 핸드 캐리어로 가져오겠다고 해 보험과 배송의 2가지를 모두 해결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작품의 판매와 전시 모금행사를 위해서는 이 문제뿐 아니라 작가의 허락과 함께 유니세프의 내부결제를 받아야 했기 때문. 하지만 이 문제도 살가도가 유네세프의 친선대사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유니세프 한국 사무국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올해 초 대구 엑스코에서는 리 아트와 매일신문사 공동주최로 전세계 유명 작가들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아트대구 2009'가 열렸다. 데미안 허스트, 파블로 피카소, 게르하르트 리히터, 모딜리아니, 앤디 워홀 등의 작품들이 선보였는데, 이들 거장들의 작품을 들여오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대구의 대표적인 화랑을 비롯해 서울 화랑들이 움직여 약 30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작품들의 확보는 전시회의 품격을 높여주고 흥행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이는 비용지불 능력이 있거나 영향력있는 해외 미술관계자와의 인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희수 아트 대구 2009 운영위원장은 "사실 유명 작가들의 원작품을 대구로 들여온다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지난 기획은 세계 유명 작가들의 원화를 직접 볼 수 있는 특별전과 젊은 작가 100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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