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수(半修)로 수능 재도전 할까 말까

여름방학을 전후해 일부 대학생들이 다시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원을 찾고 있다. 해마다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반 년간의 재수인 '반수'(半修)로 다시 수능에 도전하지만 성공의 확률은 실제로 별로 높지 않다.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 치밀한 계획과 특별한 각오 없이 막연히 시작한 수능공부는 결국엔 더 큰 좌절감과 귀중한 시간의 낭비로 귀결되기가 쉽다.

최근 몇 해 동안 반수를 하는 학생 대부분이 주로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재학생이다. 반수 희망자 중에는 인문계열 학생이 가장 많고, 이공·자연계열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반수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의예과 정원이 대폭 줄었고 약대가 6년제로 바뀌면서 학부신입생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6월 모의평가 지원자로 본 2010학년도 대입 전망

6월 평가원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 수는 언어영역 선택자를 기준으로 68만6천169명이며, 지난해보다 6만5천847명이 증가했다. 재학생은 61만1천720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5천141명이 증가했고 재수생은 7만4천449명으로 지난해보다 706명이 증가했다. 2008학년도까지는 수험생 수가 감소 추세를 유지하다가 2009학년도에는 8천여명이 늘어나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2010학년도)는 지난해보다 무려 6만5천여명이 증가했다. 이 중 재수생도 지난해보다 700여명 늘어났다. 따라서 상위 5%에 해당하는 최우수 학생 수도 지난해보다 무려 3천명 이상 늘어나, 최상위권 대학과 인기학과의 경쟁률은 물론 중상위권 대학의 입시경쟁률도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할 것이다. 반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은 올해 수험생 수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반수, 신중히 결정해야

많은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를 하지만 실제 성공 가능성은 처음부터 재수를 한 수험생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수능시험 이후 지금까지 수능관련 책을 보지 않은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등을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이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보다는 추리력, 상상력, 고차원적인 사고력,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 등이 많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문제 풀이를 위해서는 교과의 기본 내용은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 반수생은 그 기본을 회복하고 재생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반수를 희망하는 학생은 최근의 모의고사 문제를 몇 차례 풀어보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테스트를 해보고 회복이 가능한 점수대가 나오지 않으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반수로 성공하기가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반수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향 때문이다. 수능공부는 수험생 자신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는 과목도 공부해야 한다. 따라서 공부하는 과정이 힘이 들고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대학에 학적이 있는 학생은 어렵고 힘이 들 때 악착같이 공부하기보다는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나태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반수생들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해 실패한다.

◆교과서와 기본개념의 이해

반수를 결정했다면 먼저 7, 8월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각 영역의 전반적인 흐름을 다시 짚어보고 감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학원들이 7월 말에 1학기 진도가 끝나고 8월부터는 실전문제 풀이로 들어간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지금 반수를 시작하는 학생은 반드시 교과서를 다시 챙겨보아야 한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암기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면 어느 정도까지는 저절로 암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왕 시작했다면 공백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의 대학 생활이 사고의 깊이와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한 점이 많아 어떤 측면에서는 수능문제 풀이에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우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능 기출문제 풀이

수능에 대한 감각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근 5년간의 기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기출 문제 풀이는 전체적인 감각의 회복과 영역별 중요 단원과 난이도를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 다음 올해 들어 치른 각 입시기관의 모의고사 문제를 구해 직접 풀어보고 자신의 상대적 위치와 취약 단원을 확인해야 한다.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는 반수 희망자들이 기본 개념과 주요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EBS 교육방송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시간을 취약 과목에 집중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과목은 방송 교재와 그 수업으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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