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문 밖 남장대(南將臺) 부근을 지금은 덕산동이라 부른다. 염매시장'떡전골목'YMCA'관덕정'학사주점 같은 명소가 있다. 염매시장은 동아쇼핑과 그 주변 일대에 형성된 시장이다. 허가된 명칭은 '덕산시장'이지만 다들 '염매시장'으로 부른다. 좋은 물건을 염가로 판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30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재래시장이다. 처음에는 약령시와 함께 비상설 시장이었다가 뒷날 상설 시장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동아쇼핑이 들어서기 이전까지만 해도 300여개의 점포가 성시를 이뤘다.
떡전골목은 6'25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의 떡 행상과 좌판에서 비롯되었다. 배고픈 사람들이 요깃거리로 즐겨 먹었고, 도로에 좌판을 깔고 노점 형태로 장사를 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고급화되어 혼수떡'폐백떡'이바지 음식 같은 잔치음식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동아쇼핑 뒤쪽, 지금의 문화아파트 자리에 관덕당(觀德堂)이 있었다. 1749년 관찰사가 무과시험장인 도시청(都試廳)을 건립하면서 세웠다. 평상시에는 훈련장으로 사용하였으나 이따금 국사범을 공개 처형하는 곳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864년 수운 최제우가 관덕당 뜰에서 참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천주교 박해 때 많은 신자들이 이곳에서 사형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뒤 지금의 적십자병원 뒤쪽에 있는 관덕정 자리로 옮겼고, 그 자리에 염매시장과 떡전이 들어섰다. 지금의 관덕정(觀德亭)은 남장대와 합해 놓은 건물이다. 관덕정은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세웠다.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을 맞아 성지개발사업으로 1983년부터 부지를 매입한 뒤 1991년에 개관했다. 이곳에서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신자들이 60여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성인으로 추대된 이윤일의 유해가 봉안되었다. 가톨릭 종교 건축물 가운데 보기 드물게 단청무늬를 사용하였고, 누각은 당시의 장대를 복원해 놓은 의미가 있다.
대구YMCA는 약전골목 옛 제일교회 건너편에서 출발하였다. 1914년 블레어 선교사가 건물을 지었고, 1918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단체이다. 3'1 만세운동 당시 계성학교'제일교회'대구고보와 함께 초기 기독교회의 진보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방이 되고 근대화 과정에서 대학생의 농촌봉사'의료봉사'공명선거감시단 같은 활동을 통해서 시민사회의 힘을 키워 왔으며, 아울러 많은 사회운동 지도자를 배출시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해왔다. 현재의 건물은 1960년 미국 공병대가 지은 건물이다.
도시의 모습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새로운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고, 도로에는 넘쳐나는 차량들의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땅 위에만 그런 게 아니다. 땅 밑에도 지하철이 생겨서 전동차가 눈알을 부라리며 달리고 있다. 거리로 나서기가 겁난다. 어디 그뿐이랴. 억양이 다른 말씨를 쓰는 사람들로 도시가 만원이다. 다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발전이라 하지만 거칠고 메마른 도시에서 생존을 이어가느라 분주할 따름이다. 사람살이의 훈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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