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엄마·아빠 맘 몰라줄땐 너무 섭섭해"

시대의 상황 때문인지 우리는 사춘기를 모르고 살았다. 그때는 모두 그랬을 것이다. 생계의 위협 앞에 어쩔 수 없이 경험을 해야 하는 현실은 정녕 나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6·25를 막 끝낸 때이기 때문에 사춘기란 어찌 보면 사치였다.

세월이 너무 많이 변했다. 사춘기란 시간만 지나가면 당연히 치유되는 감기 같은 것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금의 사춘기는 혹독한 성장과정의 신고식 같아 부모들이 보통 피곤한 것이 아니다.

쉰 중반의 나이에 아들 셋을 둔 가장이다. 중학교 3년, 초등학교 4년, 7세 된 유치원생. 나에게 아이들은 모두 늦둥이다. 문제는 큰아들이 중학교 1학년부터 조금씩 사춘기의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매일같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눈 뜨면서부터 교복 다림질이 안 돼 있다고 투정을 부리고, 짧은 머리에 샴푸를 사용해 감느라 바쁜 아침시간을 더 바쁘게 만든다.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니 얼마나 피곤한지 잠잘 때만이 유일한 휴전 시간이다.

큰아들은 지금 아이들 말로 '21세기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다. 예전에는 입는 것, 먹는 것으로 경험했고 얼마 전까지는 머리와 이상한 행동으로 사춘기 소년티를 냈다고 한다면 지금은 이상한 언어와 몸짓으로 자기 문화의 티를 발산하는 것 같다.

비속어 및 이상한 단어들로 구성된 아이들의 언어를 들으면서 처음엔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문화가 있음을 보며 신세대 문화를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나로서는 아량과 이해에 한계를 느낀다.

사춘기, 요구하는 것 많고 천방지축이고, 피곤한 혼돈의 시간이다. 나의 바람이 있다면 빨리 큰아들의 사춘기가 지나갔으면 싶다. 아직 둘이 더 남아 있기에 더욱 지친다. 엄마 아빠 마음을 너무 몰라줄 땐 섭섭하고 서럽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겠지. ^*^

이영부(대구 수성구 시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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