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은 요리가 취미다. 그는 일년에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주방을 떠나지 않는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도 파스타 만들기를 좋아했다. 요리를 취미로 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한국 음식보다 이탈리아 음식에 남성들이 관심을 보이고있는 것은 요리 자체가 단순한데다 화려함까지 더해 가족들에게 대접하거나 접대용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생활을 대비,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중년 남성들을 주방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요리= 슬로우 푸드' 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건강식이라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이 되고있다. 또한 이탈리아 요리는 세계화가 이루어진 만큼 표준화 돼있어 요리법만 잘 따라하면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는것도 강점이다.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가르치는 이탈리아문화요리센터에는 앞치마를 두른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원화 이탈리아문화요리센터 원장은 "지금까지 1천여명을 가르쳤으나 이중 남성들이 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연령층은 30, 40대가 많으나 50, 60대 남성이 최근에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인다. 물론 남성들이 늘어난 것은 취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정 원장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요리하는것을 더 즐기고 자세 또한 더 진지하다.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요리를 많이 해본 여성보다는 요리법에 충실하려는 경향들이 강해 남성이 오히려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는 데는 더 적합한 것 같다 "고 말한다.
처음에는 앞치마를 입는 것 자체를 어색해 하는 남성들도 일주일만 지나면 일찍 와서 미리 예습을 하는 등 여성보다 더 열심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요리를 통해 부인의 수고로움을 이해하기도 하고 가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고 한다.
건설업을 하는 김상기(58·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욕망에 이왕이면 화려하고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면서 "노후에 이웃들을 초청해 요리로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저절로 고조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3개월 과정이 끝나면 부모님과 자녀들에게 멋지게 요리 솜씨를 한 번 뽐낼 생각"이라는 김씨는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면서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소개했다.
30대의 엔지니어 송승한씨는 이탈리아 요리를 배운 덕에 남보다 빠른 승진을 했다. 올해로 요리 경력 8년차인 송씨는 "직장에 이탈리아 바이어들이 방문했을 때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직접 해주었더니 그 다음에도 계속 '미스터 송'만 찾는 바람에 승진이 남보다 빨랐다"며 "요리만큼 친밀감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가르치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정통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 자체가 가지는 맛과 향을 살리는데 중점을 둔 요리법이다. 별도의 조미료나 감미료 필요없이 재료 자체의 맛에 충실한 요리인 셈이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지원하는 이탈리아 문화예술관 이탈리아 문화 요리센터(053-475-9097)는 다양한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1개월 특강반으로 피자 코스, 스파게티 코스, 치즈 코스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 3개월반을 운영하며 1주일에 한 번씩 강좌를 연다. 강좌 내용은 첫째 달은 파스타 만들기, 둘째 달은 샐러드와 치즈 만드는 법, 셋째 달은 홍합요리, 생선요리, 스테이크 요리를 가르친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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