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정체제, 밑그림 조율·법개정까지 진통 불가피

100여년간 이어온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던 정치권에서도 행정체제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이 관련 법안(본지 26일자 1면 보도)을 대표 발의했다. 이로써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만 해도 모두 5건이 됐다. 하지만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다고 해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각 당이 그리는 밑그림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실제 법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 개편 필요 공감

광역, 기초 2개 자치계층에다 다시 3단계(시~구~동), 또는 4단계(도~시~구~동)의 다층 구조로 짜여 있는 현행 지방행정체제가 매우 후진적 구도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방행정체제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개선해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데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 한마음이지만 어떤 모양으로 그려낼 지는 큰 차이가 있다.

18대 국회 들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먼저 꺼내 든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특위 구성을 요구하며 행정체제 개편 특별법 추진을 당론으로 내놓았다. 3, 4단계인 지방행정체제를 70여개 광역 자치단체로 일원화하자는 것으로 한나라당이 과거 내놓았던 것과 유사하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제의에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행안부는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시·도 폐지, 시·군·구의 60~70개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행안부는 현행 16개 시·도 체제를 크게 허물지 않는 방안에서 시·군의 자율적인 통합을 원하고 있다. 원세훈 행안부 장관은 올 1월 "시·군에 여러 인센티브를 줘서 통합되도록 하고 큰 틀은 바뀌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현재 정치권과 학계 입장을 통합, 개편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안 같은 당 내에서도 엇갈려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위원장인 허태열(한나라) 의원이 25일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법을 국회에 제출, 또다시 개편 논의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나라당 권경석, 민주당 우윤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데 이어 24일에는 민주당 박기춘의원이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여야 3당 모두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시동을 건 셈이다.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허태열, 권경석 의원과 민주당 우윤근 의원의 안은 대동소이하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를 종전과 같이 지방자치단체로 두고, 인구·경제·지리적 여건 등을 감안해 인접 시·군·구를 통합, 50∼70개의 통합 자치단체를 만든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러나 권경석, 우윤근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인 '도'를 폐지하고 국가위임사무와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 등을 수행하는 광역행정기관을 설치할 것을 주장한 반면, 허태열 의원은 시·군·구 통합이 3분의 2 이뤄진 이후 '도'의 기능과 지위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허태열 의원은 "절반 가까운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에 동참했기 때문에 당내 의견이 어느 정도 모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시·군·구 통합에 대해서는 입장을 같이 하면서도 광역시를 도로 통합, 전국을 8개 가량의 광역단체로 재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명수 의원은 인접 시·도를 통합, 시·도에는 준연방제 수준의 권한을 부여하자는 입장이다. '강소국(强小國) 연방제'에 기초, 전국을 6, 7개 광역단위로 나눔으로써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하자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능할까?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지만 개편 내용을 놓고 한나라당,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시각이 엇갈릴 정도로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식을 두고는 뜨거운 논쟁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개편 방향에 따라 지역간 통합 및 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해당 지자체 및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와 함께 부상할 지방자치선거제도의 손질, 지방 재정의 확충 방안이나 재정자율권 부여 여부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구 재조정 등과 같은 사안은 지엽적 문제라고 치부해도 무방할 정도의 큰 변혁을 불러올 것이 뻔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편이 완료될 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경산·청도)은 "허태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절차법을 만드는 것으로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개편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 지방선거까지 완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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