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한국의 간이역

임석재 글·사진/인물과 사상사 펴냄

간이역이란 말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추억과 여행, 자유,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이들은 간이역에서 일제 수탈의 역사를 읽는다. 그들에게 간이역은 식량, 물자, 노동력을 약탈하고 착취하던 현장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 간이역은 무관심의 대상이다. 간이역이 근대 문화재로 등록되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다. 그냥 즉흥적으로 추억과 낭만을 들먹일 뿐이다.

'한국의 간이역'은 서울역을 제외한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21개 간이역 중 16개 역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인 건축비평가 임석재 교수(이화여대 건축과)는 박공, 차양, 매스 구성, 비례감 등 각각의 간이역이 가진 세세한 건축적 차이를 해석한다. 저자는 간이역 건축 기행을 통해 수탈과 낭만이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추적한다. 그는 "건축학적으로 볼 때 간이역은 구성이 매우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서양식 교외 주택과 일본식 주택 특유의 아기자기한 멋이 많이 약화된 상태여서 심미성과 예술성이 그렇게 탁월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간이역이 터를 잡고 앉은 모습이나 창과 문, 차양에서는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368쪽, 1만7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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