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몽주 선생 옛 임고서원 유적 굴착기 훼손

부래산 전역에 널려 있는 도자기 및 기와 파편들. 민병곤기자
부래산 전역에 널려 있는 도자기 및 기와 파편들. 민병곤기자

임고서원 성역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영천시가 옛 임고서원 터인 부래산에 공원을 조성한다며 문화재 지표조사도 없이 굴착기를 동원해 포은 정몽주 선생의 유적을 훼손하고 있다.

영천시는 희망근로사업(사업비 1억원)의 하나로 지난달 부래산(3천542㎡)의 잡목을 제거했다. 이어 11월까지 팔각정과 표지석·안내판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아래 현재 땅을 고르며 잔디를 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암벽의 일부를 자르고 흙을 덮어 붕어같이 생겼다는 부래산 가장자리의 본래 모습이 사라졌다.

관광객과 주민에게 쉼터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포은 선생의 숨결이 서린 부래산의 상징성을 망각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임고면 양항리의 현재 임고서원에서 약 1㎞정도 떨어진 우항리 강변에 위치한 부래산은 1553년에 창건된 옛 임고서원의 건축 배치와 규모·특성 등 원형을 알 수 있는 문화적 지표들을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포은 선생의 출생지와도 가깝다.

부래산 전역에는 도자기와 기와 파편들이 널려 있으며 3일 정상 부근 땅고르기 현장에선 문지도리(대문 회전축 밑돌)가 나오기도 했다.

이곳을 둘러본 경상북도 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지표조사도 않고 굴착기를 동원해 형질변경을 해서는 안 된다"며 "공원을 조성하더라도 발굴을 거쳐 기초석 등을 제 위치에 둘 경우 옛 임고서원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충효의 고장을 내세우는 영천시가 임고서원의 원형을 추정할 수 있는 부래산 옛 터를 마구 파헤치는 것은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절정신을 퇴색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포은 선생의 충절을 기리는 임고서원은 1553년 부래산에서 창건된 후 임진왜란 때 소실돼 1603년 양항리 현 위치에 재건했다. 1871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됐다가 1965년 복원됐다.

영천시는 임고서원 성역화사업으로 2010년까지 121억원을 투입해 유물전시관과 생활체험관·원형극장·연못·녹지공간 등을 조성하며 선죽교도 재현할 계획이다.

영천·민병곤기자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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