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참패' 충격…市·정치권은 책임 없나

대구 건설업계가 '낙동강 정비 사업' 수주전에서 완전히 자존심을 구겼다.

6일 입찰 등록을 한 1차 정비 사업 대구 통과 3개 공구 턴키 공사에서 '안방' 사업이지만 전체 지분 확보율이 10% 조금 넘는 선에 그친 것.

건설업계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우방과 태왕 등 지역 대표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건설사들의 수주 능력이 취약한 것도 이유지만 정치권이나 대구시의 유기적인 지원 체계 부재를 또다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역 건설사들은 "1990년대 건설 도시란 이름을 가졌던 대구의 낙동강 성적표는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다. 건설업이 대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건설업 발전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힘 못쓰는 공공 수주

이번 수주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지역 건설사들이 지역 발주 사업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상실한 것은 몇년전부터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주된 공사는 4조176억원. 이중 대구업체 수주액은 28%인 1조1천4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구시 발주 공사에서 선전한 결과다. 지난해 대구시 발주공사 5천300억원 중 지역업체 수주액은 57%인 3천억원 정도. 그러나 민간 발주 2조8천억원에서는 수주가 25%인 7천200억원에 불과했으며 정부기관 발주 공사 수주액은 전체 6천200억 중 20%인 1천217억원 정도였다.

2006년 기준으로 볼 때 대구에서 사업을 발주한 4대 공공 기관의 수주 실적도 비슷하다. 토지공사와 수자원공사는 지역 업체 수주율이 각각 50%로 비교적 높았지만 주택공사는 15%, 도로공사 발주사업에서는 7.4%라는 형편없는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전례를 보더라도 낙동강 턴키 공사 대구 구간의 지역업체 지분률 12%는 공공부문 발주 통상 수주 비율보다 낮다.

하지만 지역 건설사들이 낙동강 수주 결과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는 이유는 금액이 큰데다 지역 배려가 있을 것이란 추측성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낙동강 사업 예산은 9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대구에서 발주된 공공과 민간 공사를 보두 합친 금액(4조)의 두배를 넘는다. 공공부문 발주 금액이 1조1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9년간 대구에서 발주되는 공공 물량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지역 건설사들은 "정부가 지역 업체 배려를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었고 대통령이나 주무 장관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 업체 지분 참여 확대를 강조해왔다. 어느 정도까지 지분 참여가 가능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업체간 협력도 부족

지역 건설업체들이 공공 발주 사업에서 참패를 면치 못하는 배경은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대형 건설사 부재와 건설사들의 수주 능력 부족.

지역 건설사 한 대표는 "대구에 대형 건설사가 없는 것도 원인이지만 지난 10여년간 대구에서 대규모 공공 발주 사업이 거의 없어 지역 업체들이 수주 능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주 공사에서 대세를 이루는 턴키공사는 몇개 업체가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 등록을 한 뒤 수주전을 벌이게 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공사에서 지역업체들은 능력있는 역외 대형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지역 건설사들은 정보 수집이나 로비 등에 있어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 낙동강 1차 수주전에서도 극소수 업체들을 빼고는 등록입찰(6일) 당일까지 유력 컨소시엄 참여사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분 참여 의사 타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지역 업체간 협력 체제 부족도 지역 건설업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공동 이익에 대해서는 힘을 합쳐야 하지만 지역 주요 건설사들의 협의체가 없어 평상시 대화 채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90년대 주요 건설사들이 정기적인 모인을 갖고 공동 이익에 대해서는 단결된 힘을 발휘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발주된 달서구 대곡동 종합청사 턴키 공사의 경우 지역업체간의 컨소시엄 구성이 시도됐지만 각사 이기주의로 무산되는 등 지역 업체간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대구시 책임론도 부상

갈수록 추락하는 지역 건설업 위상에 대해 정치권과 대구시의 역할론에 대한 지적도 상당하다. 건설업 특성상 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시 발주 사업을 빼고는 역량이 부족한 지역 건설업이 기댈만한 곳이 없다.

건설사 한 대표는 "타지역의 경우 지자체들이 지역내 관급공사는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역업체 몰아주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대구시는 업체들에게 더 열심히 뛰라는 주문만 할 뿐"이라고 했다.

특히 낙동강 수주전의 경우 정치권이나 시도의 유기적인 협력만 있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주장도 많다.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시도가 나서 중앙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지역 업체 배려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면 '1조2천억원 공사에서 1천400억원 수주'라는 성적이 나올 수 없었다는 것.

지역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구성에 있어 지역 의무 배정 비율인 20%를 10~20% 정도 올리는 것은 여당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큰 일이 아니다"며 "15년만에 정권 창출 도시가 됐다고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도가 중앙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산재해 있다. 대책 마련이 없다면 낙동강 1차 턴키 공사 결과가 향후 대형 공사 발주에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대구 건설업계는 "건설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역 건설업의 부활을 위해서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에 처한 대구 건설업이 이대로 주저앉으면 다시 재기하기 불가능할 지 모른다"며 지역업체 배려를 주문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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