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위인송원(爲人訟寃)

이숙원

洗面盆爲鏡 세숫대야로 거울을 삼고

梳頭水作油 참빗에 바를 물로 기름 삼아 쓰옵니다

妾身非織女 첩의 신세가 직녀 아닐진대

郞豈是牽牛 낭군께서 어이 견우가 되리이까

위인송원을 풀어 말하자면 이다. 소를 훔쳤다는 절도 혐의를 받았던 사내의 아낙이 현령에게 견우와 직녀의 비유로 낭군의 무죄를 하소연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옥봉 이숙원이 쓴 시이다. 이 오언절구의 절과 묘는 견우와 직녀의 설화를 패러디한 데 있다. 촌 아낙네가 자신은 직녀가 아닌데 어찌해서 남편이 견우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남편이 견우가 아니라면 당연히 소에 마음이 없을진대 어찌 소를 훔쳤을까라는 비유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이 시의 기이한 전말기는 널리 인구에 회자되다가 마침내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렸다. 하지만 이 시로 인해 옥봉의 남편 조원은 관청의 일에 간섭하였다고 크게 꾸짖으며 옥봉을 친정집으로 돌려보냈고 끝내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3구와 4구는 사실 전고가 있는 이야기이다. 이백이 아직 벼슬 하기 전에 소를 몰고서 현령이 있는 마루 앞을 지나가는데, 현령의 아내가 화를 내면서 꾸짖었다. 이백이 시를 지어서 사죄했다. "若非是織女 何得問牽牛 만약 그대 직녀가 아니시라면 어찌 견우에게 물으시나요?" 이백이나 이숙원의 시 모두 시적 역설의 예이다. 말년에 크게 쓸쓸했던 옥봉의 「칠석」이라는 시를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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