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소방서 이훈열 소방사는 지난해 10월 어느 날 긴박했던 출동 현장을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흐른다. 수성구 한 단독주택에 당뇨환자가 쓰러졌다는 긴급 신고를 받았다. 담 너머로 본 집안에는 환자가 힘없이 쓰러져 있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이 소방사는 날렵하게(?) 몸을 날렸지만 불어난 몸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1분 넘게 진땀을 흘린 뒤에야 담을 넘을 수 있었다.
이 소방사의 몸무게는 96㎏, 신장은 178㎝다. 체질량지수(BMI)는 30.3으로 여지없는 비만이다. 4년 전만 해도 체중은 73㎏으로 정상이었다. 하지만 야식을 즐기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다 보니 무려 23㎏이 불었다. 이 때문에 기동복은 꽉 끼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4, 5층 건물은 오르기가 고역이다.
이영훈(34·대구 북부소방서) 소방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키 182㎝에 몸무게 88㎏으로 과체중 판정(BMI 26.5)을 받았다. 이 소방교는 구급 사다리를 탈 때 애를 먹는다. 사다리가 견딜 수 있는 하중은 110㎏. 그가 오르기엔 불안하다. 78㎏을 유지하던 그의 몸매는 2001년 결혼과 함께 균형을 잃어 한때 100㎏에 육박하기도 했다.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업무 등 현장 출동과 신속한 대응이 생명인 소방관들에게 살은 '공공의 적'이다. 급박한 현장에서 둔한 몸놀림을 보이다가 현장 대응에 문제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 대구소방본부가 최근 전 직원 1천578명으로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161명(10.2%)이 체질량지수(BMI) 범위가 과체중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범위보다 3㎏ 이상 무거운 이들만 추려낸 결과가 이 정도다.
위기감을 느낀 대구 소방관들은 다이어트 전쟁에 돌입했다. 대구소방본부는 '소방공무원 표준체중 유지 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감량 특급 작전을 짰다. 올 11월 30일까지 5개월 동안 감량 운동을 벌인 뒤, 전체 선발대회를 통해 살을 가장 많이 뺀 직원에게 연말 표창을 준다는 것이다.
감량 기간 동안 이훈열 소방사는 음주 횟수를 한 달에 2회로 줄이고, 등산과 수영 등으로 살빼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한 달에 2kg씩 최소한 10kg은 뺄 생각이다. 이영훈 소방교는 매일 동구 반야월에서 소방서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매월 한 번씩 등산도 병행할 생각이다. 앉은 자리에서 복숭아 10개는 너끈히 먹어치우던 식습관도 고치기로 했다. 이 소방교는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도 자주 많이 먹다 보니 살이 잘 안 빠진다"며 "5개월 뒤 달라진 몸매를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체중이 불면 건강관리와 현장 대응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작전을 세웠다"며 "체중 관리를 통해 안전서비스의 효율도 높이고, 현장 대응능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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