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방송 섭외가 올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어차피 섭외가 들어와도 엑스트라였거든요. 직접 발로 뛰면서 전국을 돌았어요. 군청의 행사, 구 단위의 행사에 '불러만 달라'고 발로 뛰어서 만난 게 저희의 첫 관객이었고 지금의 저희를 있게 한 밑바탕이 된 거죠."
'미친소' '머리가 큰 두 남자' '그때그때 달라요' '2시 탈출 컬투쇼'.
정찬우(41), 김태균(36) 콤비, '컬투'는 이런 것들 이전에 16년간 2천회 이상 개그공연을 해온 '공연 타짜'다. 지금도 맡고 있는 '2시 탈출 컬투쇼'를 4년간 진행하며 청취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흥행 보증 수표'로 각인될 만큼 실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94년 MBC 5기 공채개그맨 출신인 이들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코스를 밟아 지금의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이때문이었을까.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컬트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컬투'는 아직 '처음처럼'이라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은 것 같았다. 인터뷰는 그들의 개그처럼 대답도 간결했다. 굳이 군더더기를 붙이려 애쓰지 않았다. 김태균은 (김)으로, 정찬우는 (정)으로 표현했다.
-16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습니까? 혈액형이 궁합과 관련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정찬우씨가 O형, 김태균씨가 AB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 "혈액형은 중요하지 않은데,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부부도 아니고 형제도 아닌데 다른 건 당연하지요. 물론 일이기 때문에 부딪치는 부분이 없을 순 없지만, 만일 부딪친다면 아예 그걸 버려요."
-지금이 최정점에 있다고 봅니까.
(정)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좀 더 올라갈 부분이 있다는 건가요.
(정) "연예 생활만 생각한다면 물론 지금이 꼭대기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방송을 하려고 노력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들, 라디오나 공연에는 상당한 노력을 합니다. 물론 라디오는 1등이긴 하지만."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 5월부터 합류했습니다. SBS에서 와달라고 한 건가요.
(정) "그렇죠. 하지만 우리도 할 생각이 있긴 했어요." (김) "나는 할 생각 없었는데." (정) "들어가서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공개 코미디에서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나이도 마흔이 넘었고. 지금까지 활동하는 현역이 없거든요. 못하고 끝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시 최고로 올려놓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요즘 웃찾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불안해'가 기존 컬투의 개그 스타일과 맞습니까.
(이구동성으로) "내릴 겁니다. 안 맞아요." (정) "그래서 어제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잤어요. 오기가 생기고, 악이 생겼어요.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거든요. 웃찾사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개콘 따라하느냐는 비난이 엄청났거든요. 1년 반 정도를 그렇게 했어요. 게시판에서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그때 생각이 이번에도 드는 거예요. '그래, 1등 한 번 하고 나오자. 자존심 문제도 있고'라는 생각으로 잠을 못 잤어요. 지금도 우리가 들어가고 더 안 좋아졌어요. 시청률 등 수치로 봐서는 그래요. 잘되는 코너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할 겁니다."
-평가 잣대가 게시판의 반향이 아니라 시청률이라는 얘긴가요.
(정) "우리가 게시판에 오를 나이는 아니잖아요. 아예 안 올라와요. 그만큼 못한 거란 얘기죠. 쏟은 만큼 얻는 건데. 사실 사업 등 다른 하는 일이 많아서 열정을 못 쏟은 게 사실이에요. 이런 얘기를 인터뷰하면서 왜 하느냐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안 움직일 것 같아서. 공공연히 다짐해놓는 거거든요. 금연한다면서 대놓고 소문 내야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는 거랑 같은 거죠."
-컬투에게 남게 될 마지막 보루는 뭔가요.
(김) "공연요."
-대구에서도 공연하나요.
(정) "대구 공연은 8월 말에 있을 예정입니다. 대구 사람들은 반응이 즉각 와요. 아주 열정적이거든요."
-최후의 꿈은 뭡니까.
(정) "코미디언들이 잘 사는 세상이요. 사실 돈을 버는 것도 코미디언들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겁니다."
-코미디에 투자하는 게 있습니까.
(김) "소극장 2개 있었는데, 한 개는 넘겼어요. 이 바닥이 유지만 해도 잘 하는 거거든요."
-'컬투 꽃배달' '컬투 패밀리마트' '컬트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다음 달에는 부산에 복합문화공간을 연다고 하는데 '돈독'이 오른 겁니까.
(정) "돈은 벌어야죠."
-내리막, 인기가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까.
(김) "두려움은 없어요.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열심히 하면 되고." (정) "우리 같은 직업은 무조건 사랑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못 받으면 그만해야 되죠. 근근이 활동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해야죠.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사람들 앞에 못 나올 것 같아요."
-많은 연예인들이 특정 분야를 고집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속칭 갈아탄다고 표현하는데,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정) "'MC들의 포차'라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MC를 했었는데 6개월 정도 했어요. 오래 간 거죠. 6주 정도 예상한 거였는데. 드라마도 하고 싶은데 다른 일을 전혀 못해요. 드라마 하나 때문에 1주일에 4일을 빼야 되거든요. 뮤지컬, 드라마도 섭외가 들어오면 하고 싶어요. 하지만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죠."
-효율성이라면 돈을 말하는 겁니까.
(김) "그것도 있고… 지금은 그런 것들을 하는 시간과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에 대한 효율이 다르니까요. 공연에는 저희가 어떻게든 심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해요."
-16년이라면 긴 시간인데요. 왜 컬투가 아직 먹히는 것 같습니까.
(정) "관리를 잘한 거죠. 실력이라는 게 나이를 먹다 보면 노하우가 생겨요.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저 사람들 되게 재미있는 사람들이다'라고 하지, '멋있어'는 아니거든요. 실제로 우리보다 후배들이 연기도 잘하고 젊은 감각으로 밀고 나가거든요. 대신 우리는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거죠. 대한민국에 우리처럼 개그하는 이들은 없거든요. 남들이 뻔하게 보는 일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개그를 하거든요."
-개그 기획의 원천은 어디서 나옵니까.
(둘 다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서 나오죠."
-보통은 '책, TV' 등 미디어에 의존한다고 답하던데.
"우리도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많이 보고 건질 부분은 건져요. 하지만 책을 통해서 하지는 않아요."
-역할모델이 있습니까. '이 사람들을 넘어서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드는.
(정) "역할모델이라기보다 그냥 보기만 해도 웃기는 팀이 있어요. 국내에는 없는데. '다운타운'('가키노츠카이아라헨데'라는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1963년생 동갑내기 개그듀오)이라는 팀이 있거든요. 보면 그냥 웃겨요. 이유 없이 웃기는 거 있잖아요. 지금까지 그런 팀을 딱 한 팀 봤는데, 그게 다운타운이에요. 마츠모토 히토시, 하마다 마사토시 두 사람이 나오는데 마츠모토가 그렇게 웃겨요." (김은 옆에서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를 할 줄 아시나요. 웃긴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정) "전혀 못해요. 외적인 부분이나 성향 같은 걸 보면 그냥 웃겨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방송제작자들이 주로 그러는데… 이유를 자꾸 물어요. 웃기면 웃긴 건데. 자꾸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요. 근데 웃기는 데는 이유가 없는 거거든요. 예전에 황당했던 적이 있는데 우리가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코너를 할 때 어떤 신문에서 '현실의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 뭐 이런 식으로 썼던데… 그냥 재미있으니까 한 거예요." (김) "다운타운도 막상 일본어를 번역해 보면 별로 안 웃겨요."
-KBS의 개그콘서트, MBC의 개그야, SBS의 웃찾사. 3개 개그프로그램에서 이건 정말 웃기거나 기획이 좋다는 코너를 꼽는다면.
(정) "김준호의 '씁쓸한 인생', 강유미의 '분장실의 강선생', 그 외에도 유세윤, 황현희. 그러고 보니 전부 개콘팀이네."
-4년째 SBS 라디오 '2시 탈출 컬투쇼'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정) "컬투쇼는 우리 공연의 라디오 방송이라고 보면 돼요. 살아온 세월과 성향이 고스란히 녹아있거든요. 미리 대본을 안 봐요. 그래서 읽다가 더듬거리는 경우도 있죠. 익명을 요구했는데 실명을 그대로, 심지어 강조하는 경우도 있어요. 대본에 신경 쓰면 불안해요. 사실 작가들이 다 하는 거죠. 우린 숟가락만 올리는 거예요."
-안동 명예홍보대사와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를 맡고 있던데, 어떤 인연이 있나요.
"명품 안동소주의 지분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겸사겸사 맡게 됐고요.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는 우리도 애들을 키우니까 맡게 된 거예요."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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