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입냄새 때문에 고민인데…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기상청에서 장마가 언제 끝날지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하니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에 근접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습도가 높고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원장실에 퀴퀴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아 비누 몇 장을 두었더니 금방 향긋한 비누냄새로 가득 찬다. 여름철이면 특히 냄새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좋아하는 마늘장아찌도 환자 치료할 때 냄새가 날까봐 점심시간에는 가능한 한 잘 먹지 않는다.

치료를 할 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이야기하는 환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수줍음이 많아서 나오는 행동이려니 생각했는데 웃을 때에도 입을 가리고, 치료가 끝난 후 직원들과 대화할 때도 입을 가리고 하는 것이었다. 한번은 치료 후 입을 가리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조심스럽게 물으니 '저… 선생님, 제가 이야기할 때 냄새가 나지 않나요?'한다. 마스크를 벗고 냄새를 맡아도 별 이상을 느낄 수가 없었다. 구강상태도 건강한 편이어서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였다. 본인이 입냄새를 느끼는지 물으니 본인은 잘 모르겠는데 남들이 난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즉 자신은 잘 모르겠는데 집에 있는 딸아이가 입냄새가 난다고 하여 그 이후부터 남들과 대화할 때 손으로 입을 가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두번 정도는 입냄새가 날 수 있고 현재 상태에서는 염려할 것이 없으니 편안히 이야기하라고 하니 고맙다고 하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안녕히 계세요'하고 진료실을 나선다. 이처럼 치료를 하다 보면 구강상태가 양호한 편인데도 입냄새가 나는 것 같다면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추억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도 클락 게이블의 입냄새 때문에 촬영 내내 힘들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있고, 실제로 외국에서는 입냄새로 이혼하거나 자살한 경우도 있어 단순히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특별한 전신질환이 없는 경우 대부분의 입냄새는 입 안에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 중에 특히 혓바닥에 미생물이 증식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적절한 치과 치료를 하고 양치질할 때 혀도 함께 잘 관리해 주면 대부분 해소된다. 그러나 '가상 구취증후군'이라는 것도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입냄새가 나지 않지만 본인은 입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경우로, 대부분 심리적인 원인과 입냄새로 인한 수치심을 심하게 느낀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입냄새는 날 수 있고 치료도 가능하다. 그러나 향긋한 입냄새가 나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남의 냄새를 맡고 불쾌해하기 전에 나의 냄새는 무엇인지 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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