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간(1931∼2007년) 세계 자동차 1위를 지켜온 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모터스(GM)가 몰락한 데는 노·사·정 모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수석연구원은 '100년 기업 GM 몰락의 교훈' 보고서를 통해 "GM의 몰락은 직접적 원인인 빈약한 포트폴리오와 고비용구조 외에 경영진, 노조, 금융권, 정부 모두의 안이함이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GM은 1980년대부터 일본과 독일의 수입차와 정면대결을 피하려고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던 경(輕)트럭 위주로 제품을 구성했다. 내수 시장 지키기에 급급한 GM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돼 결국 내수 시장마저 잠식당했다.
생산 측면에서 GM은 방식과 효율 둘 다 도요타에 밀렸고 비용절감을 위해 공용 플랫폼 전략을 취하면서 브랜드 정체성 마저 잃었다. 혼다는 10일 이내에 조립라인의 생산모델을 바꿀 수 있지만 GM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업체는 1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나빠지자 당장 비용을 줄이려고 조립라인에 공용 플랫폼을 도입했지만 이는 브랜드별로 비슷한 모습의 자동차가 생산되는 결과를 낳아 차별화에 실패했다.
노조는 고임금 구조에서 퇴직자와 가족의 의료보장비까지 회사가 지급하는 '유산비용'까지 챙기면서 경쟁력 약화를 부채질했다. 비싼 민간보험 위주로 운영되는 미국의 의료보험체계와 의약품 가격 상승으로 유산비용 부담이 늘면서 경영을 압박했다. GM이 1993년부터 15년간 지불한 유산비용이 1천30억달러에 이른다.
노조는 퇴직자에 대한 의료보장으로 비노조원을 가입시키면서 몸집을 불렸고, 경영진은 강성 노조의 파업이 두려워 유산비용의 고착화를 용인했다.
여기에 방만한 경영을 감독해야 할 미국 정부와 채권단도 GM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고용 규모를 감안해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화를 키웠다고 복 연구원은 지적했다.
복 연구원은 "GM 몰락은 '20세기형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의 종식을 뜻한다"며 "경영진에는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장기적 관점의 경영목표를, 노사 양측에는 협력과 양보를 통한 상생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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