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에서 맛보는 '소나무의 절개'

만세송, 김삿갓송 등 수백년 기풍…사진작가 등 예술인 인기 한몸에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는 예부터 선비들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조선 유학의 선구자였던 퇴계 선생은 소나무를 사군자에 포함시켜 '매송국죽'(梅松菊竹)으로 부르면서 평생을 같이 했다. 소나무는 한 번 베어 버리면 싹이 돋아나지 않아 '죽을지은정 굽히지 않는다'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유교문화를 통해 선비정신을 잉태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는 수백년의 절개를 지켜온 소나무들이 많다.

하회마을의 '만세송'과 북후면의 '김삿갓 송', 임하면 내압마을 '개호 소나무 숲'은 사진 작가 등 예술인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사적 제170호 도산서원 주변 노송은 소나무의 전형적인 V자형 수세(樹勢)가 아닌 '삿갓 형', '처짐 형'으로 특이하다. 하회마을 '만세송'은 가지의 엉킴이 신기한 노송으로 걸작 소나무로 손꼽히고 있다. 북후면 신전리 '김삿갓 송' 또한 삿갓 형으로 커다란 분재를 보는 듯 하다.

안동 임하면 천전리 앞 낙동강변에 조성된 백운정(경북도 문화재자료 제175호)과 의성김씨 집성촌인 내압마을 등 안동지역 대표적 유교문화 유적지 부근 '개호송(開湖松) 숲'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개호송 숲'과 낙동강 언덕에 고고하게 앉아있는 백운정은 지금도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내압마을 '개호송 숲'은 조선 성종 무렵에 내앞 마을 앞 수구(水口)의 허술함을 채우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임진왜란 직후인 선조 38년(1605년) 대홍수 때 유실된 것을 다시 조성했다.

이 숲은 완만한 모래사장에 달빛이 비추는 '완사명월형'(浣沙明月形), 소가 누워 풀을 되새김하는 '와우형'(蝸牛形)으로 불리면서 내앞 마을 풍수형국의 모자람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동시는 최근 안동의 소나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사진작가의 작품인 '개호송 숲'사진을 현관 입구에 디자인했다.

안동시청 이오호 정보통신실장은 "안동의 소나무는 전통적 유교문화 유적과 함께하고 있어 보호는 물론 사진 동호인이나 작가들에게 작품 소재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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