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식은 집에 …, 부모는 일터에…

취업 준비비용 댈라 생활비 벌랴, 고령층 취업자수 4만여명 늘어

경기불황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줄이면서 노년층을 다시 일터로 내몰고 있다. 취업전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 자포자기한 젊은층이 백수의 길을 걷자, 부모 세대가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는 놀고…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하루 일과를 PC방에서 시작한다. 오전 8시 집을 나선 뒤 밤늦도록 PC방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 끼니도 PC방에서 컵라면으로 때운다. 도서관을 떠나 PC방을 전전한 지 벌써 3개월째다. 김씨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원서를 60군데나 넘게 넣었지만 모두 떨어졌다"며 "그렇다고 막노동을 하기엔 그동안 공부한 것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지난해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온 박은지(25·여)씨는 두 달 전 서울 생활을 접고 대구로 돌아왔다. 박씨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녔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대학 등록금만 수천만원을 투자했는데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청년층(만 15~29세) 취업자 수는 404만2천명으로 지난해 415만4천 명에서 11만2천 명(2.7%)이나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청년층 인구가 982만1천명에서 978만9천 명으로 3만2천명(0.3%) 줄어든 점에 비춰 큰 감소폭이다. 청년층 고용률도 41.3%로 지난해보다 1%p 낮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청년층 고용률이 떨어지면서 실업률도 지난해에 비해 0.7%p 상승한 7.6%로 나타났다"며 "이는 2004년(8.1%)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라고 밝혔다.

◆노인은 일하고…

지난해 성서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영업부장을 하다 일자리를 잃은 김모(57)씨는 한 달 전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몇 푼 되지 않은 퇴직금은 주식투자를 하다 날린 탓에 벌이가 없으면 생활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내(55)도 최근 남구의 한 재래시장 소형마트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젊을 때 열심히 일을 하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줄 알았지만 아내까지 일터로 내보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라며 "자식들이라도 수입이 있으면 좋으련만 취업 준비생인 두 딸의 학원비 대기에도 빠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데다 정년 후에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가는 실버 취업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고령층(만 55~79세) 취업자 수는 445만7천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6천명이 증가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정년(60세) 후에도 11년가량 더 일하는 것으로 조사돼 OECD국가 중 최고를 기록했다.

대구노동청 한 관계자는 "노후생활을 유지하는데 연금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것도 노령층들이 다시 일해야 하는 한 요인이지만, 취업하지 못한 성인 자녀를 부모들이 다시 떠안아야 하는 현실도 노령층을 일터로 내모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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