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39)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을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최연소 국회의원, 최연소 기관장 등 '최연소'라는 꼬리표가 늘 이름 뒤에 붙어다닌다. 그래서인지 그는 늘 밝고 당당하다.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들어 젊은 나이에 충격도 컸을 법한데 위축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낙선 후 곧바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었다.
초대 한국인터넷진흥원장으로서 그의 어깨는 무겁다. 인터뷰에서 만난 그의 표정도 신임 기관장으로 취임한 기쁨보다는 '잘 해내겠다'는 열정과 패기가 어우러져 비장감까지 감돌았다. 김 원장은 "최연소라는 것이 때론 부담스럽지만 남들보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시기가 빨라 도움된다"며 "세계적으로 30대 젊은 장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젊은 바이러스를 퍼뜨려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김 원장을 내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심을 했다는 후문이다. 인터넷진흥원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한국인터넷진흥원(NIDA),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KIICA)이 통합, 직원 5백15명에 예산 1천3백여억원의 거대 기관으로 거듭났다. 업무도 인터넷서비스 활성화, 주소자원 관리, 해킹 대응, 전자서명, 정보시스템 평가, 개인정보 침해 및 불법유해정보 대응, 해외진출 지원 등 방대하다. 그런 곳이기에 정부는 적임자를 찾지 못해 두 차례나 원장 공모를 한 끝에 김 원장을 전격 발탁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선택은 성공적이란 반응이다. 김 원장이 내정된 초기엔 낙하산이니, 전문성이 없다느니 논란이 잠시 일었지만 업무를 시작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내'외부의 호평과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진흥원 내부적으로는 정부와의 창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고, 관련 업계에서도 신선한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성과 관련해서도 김 원장의 IT분야 이력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었다. 4년 연속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우수 국회의원으로 뽑힌 김 원장은 한나라당 디지털 국회자문위원을 하면서 전자투표 시스템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도입했고, 당직자 시절에는 사이버담당 부대변인을 하면서 정당 사상 첫 사이버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임기 초기 자신의 업무 역량을 인터넷 역기능 방지와 그린IT 산업 발전에 치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었났던 디도스(DDOS) 대란 같은 인터넷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들이 스스로 알고 진단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데 적극 나서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성장에 발맞춰 IT의 그린화로 신성장동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지역구(부산연제)와 학연(연세대 정외과)만으로 보면 대구경북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 그러나 뿌리는 대구경북이다. 부친이 경주 양북면, 모친은 칠곡이고, 35살에 맞이한 남편 권기석씨의 고향도 경북 의성, 시어머니도 안동 출신이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은 취임 직후 지역 사업을 우선적으로 챙겼다. 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영남권 36개 복지관 PC보안 점검 사업인 '온누리캠페인'과 대학정보보호 동아리 지원 사업에 대해 각별히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경북대, 영남대 등 지역 대학 동아리 활동 지원 사업에 방점을 찍으면서 지역 IT인재 양성에 힘쓸 것을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김 원장은 "낙후 지역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분야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제조업인 하드웨어 생산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키워나간다면 대구경북도 앞으로 사이버 시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후배들에게도 "앞으로 유망 직업으로 정보 보호 전문가가 뜰 것"이라며 "정보 보호는 IPTV 도입 등으로 컴퓨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방송통신 등 방대한 개척 분야가 생겨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젊음을 걸고 도전해 볼만한 직종"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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