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로 취재 갔다가 이상한 이름표를 단 도로를 만났다. 15년이나 된 일이라 조금 가물거리긴 하나 아마 'LikeLike'가 아니었나 기억된다. 영어로 억지 번역하자면 "좋아좋아" 정도 될 듯 하니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하지만 현지인에게서 들으니 그건 하와이 원주민 말이고, '리케리케'로 읽는다 했다. 그냥 넘겼으면 일날 뻔했다.
중국 베이징 고위층 이야기가 나올 때 더러 등장하는 '중난하이'(中南海)라는 것도 궁금했던 단어다. 비밀스런 특정 지역을 가리키는 줄은 알겠는데 거기 왜 '바다'(海)가 끼였느냐는 거다. 옛 시에서 가끔 중국 온 나라를 가리켜 '四海'(사해)라 부르는 것 같았는데 이것도 그런 경우인가 싶기도 했다.
그게 중하이(中海)'난하이(南海) 등 두 개의 호수를 가리킨다는 설명을 사전에서 읽고는, 그럼 다 합해야 30만 평 정도밖에 안 되는 호수를 바다라 허풍 떠는가… 싶었던 때도 있다. 의문은 그게 본래 한자말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풀렸다. '하이'가 '정원'을 가리키는 몽골어라는 얘기였다. 중난하이를 1100년대 金(금)나라 이후 여러 왕조 황제들이 줄곧 사용하다 보니 그 말이 굳어졌다는 얘기 같았다.
외국말이 알아듣기 어려운 데는 이렇게 역사와 문화가 배면에 깔린 점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통 안 되는 것이 외국말뿐 아니라 우리말에조차 간혹 있다는 사실은 분명 불행한 일이다. 얼마 전 대구 신천 상류 교통문제와 관련해 신문에 등장한 '신천좌안도로'가 예다. 신천의 왼쪽 도로라는 뜻인 것 같긴 하나 어느 게 왼쪽인지 도시 알기 힘들다. 행정관청이 용어를 정제하지 않고 내뱉은 결과다.
좌로'우로라는 건 그쪽에서나 쓰는 용어일 뿐이다. 하천의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내려다 봐 왼쪽은 좌, 오른쪽은 우 하고 가른 결과다. 옛날 서울에서 남쪽을 바라 봐 강 왼쪽 땅은 左道(좌도), 오른쪽 땅은 右道(우도)하고 가르던 식이다. 그런 용어는 이제 일반 시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신천 동쪽에 있으면 신천東路(동로), 서쪽에 있으면 신천西路(서로)라 불러야 쉽게 알아듣는다.
10여 년 전에도 신천우안도로라는 말이 쓰이길래 신문이 앞장 서 신천동로라고 바꿔 놓은 적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와 또 신천좌안도로라는 말을 쓰니 더 답답하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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