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시장의 핵심은 정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시장에 가면 그렇다. 여기서 없는 것이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거나 너무 희귀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공급이 어려운 것들이다. 바퀴벌레 요리가 없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며, 월석(月石)은 너무 희귀해서, 또 수백억원짜리 다이아몬드는 너무 비싸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이처럼 시장에는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 시장은 도대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 여러 가지 재화나 서비스들을 대기시켜 놓고 있는 것일까? 더운 여름날에는 왜 수박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으며,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왜 닭고기가 잘 보이지 않고, 전자제품 상점에는 왜 브라운관 TV가 없어지고 평면TV만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집결되고, 공급자들은 그것을 보고 물건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런 정보를 어떻게 얻을까? 그것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시장에 찾아와서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알려준다. 어떤 사람은 저녁찬을 위해 콩나물 한 봉지를 원하고, 어떤 사람은 구두를 찾으며, 또 어떤 사람은 새로 나온 휴대폰을 사간다. 공급자들은 이렇게 소비자들이 내어놓는 정보를 보고 상품을 공급한다. 공급자들은 때로는 소비자들이 알려주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때로는 직접 소비자들의 숨겨진 선호를 찾아내어 그것을 만족시켜주는 제품을 먼저 만들어내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탄산음료에 싫증을 내고 고향의 맛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내서 전통음료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물론 그렇게 위험하고 결과가 불확실한 행동을 하는 것은 이윤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차지하기 위해서이며,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정신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취향과 필요를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각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황을 알려준다. 금보다 비쌌던 중세 유럽의 후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서 당시 그만한 사정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은 구성원들의 총체적인 취향과 필요가 무엇인지를 수집하여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정보 수집 및 배분기구인 것이다.

따라서 정보가 전달되는 환경과 기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발달된 오늘날의 디지털 정보화사회에서 시장의 범위와 기능은 엄청나게 확대되고 강화되었다. 이제 시장의 공간적 제약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으며, 거래비용도 크게 감소되었다. 교환이 활발해지고 자원 이용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보기술의 발달은 거래되어서는 안 될 것들까지에 대해서도 시장을 손쉽게 제공해줌으로써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마약이나 매춘이 그런 것들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시장의 발달에도 음지는 항상 따라 다니기 마련이다.

오영수(경북대학교 교수,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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