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목숨이니까 어쩌지도 못하고…"
전금녀(54·여·포항 북구 죽도동)씨는 병실 입구를 들어서는 취재진을 보자 눈물부터 흘렸다.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닥치는지 서러울 뿐"이라며 "죽어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다"며 울었다.
전씨는 화재 사고로 전신 80%의 화상을 입었다. 온몸에는 검고 붉게 타들어가 쭈글꾸글해진 상처가 뒤덮고 있었고, 가슴팍에는 아직도 피와 섞인 진물이 나와 거즈로 둥둥 감고 있는 상태였다. 머리카락마저도 다 타들어가 선머슴처럼 짧은 머리카락만이 흉터 사이로 듬성듬성 나 있었다. 화상의 흔적이 잔인하게 남아있는 입술은 아예 다물어지지도 않았다.
화상을 입은 것은 지난 1월 18일.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름난로를 향해 그대로 엎어진 것이다. 온몸에는 불이 붙었고 정신이 들고 나자 온몸이 붕대로 감긴 채 병원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사고를 당한지 벌써 7개월째. 그동안 13번의 피부이식 수술을 했지만 전씨는 아직도 회복까지는 한참이 남아있다. 취재 내내 "가려워 죽겠어", "아파"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전씨를 더 서럽게 만드는 것은 그를 돌봐줄 자식 하나 없다는 것. 딸 셋을 두었지만 잇따라 닥친 불행에 뿔뿔이 떠나가 버린 것이다. 현재는 전씨의 간호는 외삼촌이 맡고 있다. 외삼촌 박문구(61)씨는 "나야 나이도 많고 일자리도 없는 처지라 간병을 도맡으면 되지만 한창 자신의 인생을 꿈꾸어야할 나이의 아이들은 평생 엄마 뒷바라지만 하며 매여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라며 전씨의 세 딸들을 두둔했다. 하루 7만원의 간병비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생활하는 전씨의 처지에 엄두도 못 낼 일이었던 것이다.
전씨의 불행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늘 술을 좋아했던 남편은 세 딸을 남겨둔 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전씨는 반찬가게를 해 가며 어렵게 아이들을 키웠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하반신과 왼쪽 팔이 마비된 것이다. 그의 나이 45살의 일이다. 전씨가 몸을 가눌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 되자 큰딸과 둘째딸은 어느날 집을 나가 소식을 끊었다. 막내딸(28)만이 9년 동안 그녀를 돌보며 대소변을 다 받아내가며 힘겹게 살았다.
그리고 또다시 닥친 화재. 전씨는 이번에는 "착한 막내딸도 견뎌내기가 힘들었나보다"고 했다. 병원에 실려온 지 2개월 만에 딸은 "병원비라도 벌어 보태겠다"며 떠난 뒤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소식이 없다. 외삼촌에게 간간이 전화가 걸려와 엄마의 안부를 묻긴 하지만 연락처 하나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아직 전씨의 치료는 갈 길이 멀다. 일단 화상으로 타 버려 급히 이식 수술을 해 놓은 턱과 입술 부위는 재수술을 해야 한다. 피부가 쭈글쭈글 굳어버려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 더구나 일단 생명은 건졌지만 화상 부위가 자꾸 재발해 벗져지고 진물이 흐르는 통에 병원을 떠날 수도 없다. 지금까지 병원비만 2천만원이 넘는 상황. 기초생활수급자여서 병원비의 10% 정도만 자신이 부담하면 되지만 그 금액마저도 전씨에게는 감당할 길이 없는 것이다.
전씨는 "매일 의사를 붙들고 '퇴원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지만 의사들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을 뿐"이라며 "병원에 누워있어도 가시방석이고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데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라고 흐느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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