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월암동 월암교 아래 대명천은 거대한 쓰레기장이었다. 11일 오후 대명천에선 반 토막난 참외, 과자 봉지, 캔 등 온갖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녔다. 물은 먹물보다 검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하천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하천 둑에는 잡풀이 무성했고 끈적끈적한 오염 띠가 하천을 뒤덮고 있었다. 하천가로 내려가 막대기를 이용해 오염 띠를 뒤적이자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대명천이 '썩은 강'이 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8·여)씨는 "여름철만 되면 대명천의 악취 때문에 밤에 창문도 열지 못한다"며 "올해는 자주 비가 내리면서 냄새가 더욱 고약해져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이인철(34)씨는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전부 창문을 닫고 다닐 정도"라며 "대구시와 달서구청이 주민들의 이 같은 고통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대명천이 썩은 이유는 상류에서 대구시민이 쓰고 버린 생활하수가 그대로 방류되기 때문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대명천은 정식 하천이 아닌데다 현재는 하천 기능보다는 하수도 기능에 더 가깝다"며 "하천 대부분을 콘크리트로 덮어씌운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해명했다. 대명천은 남구 앞산 안지랑골에서 시작돼 달서구 진천천 합류 지점까지 13㎞에 걸쳐 흐르는 도심 하천이다. 남구 구간(9.1㎞)은 지난 2004년에 복개됐고, 나머지 달서구 구간(2.9㎞)은 복개되지 않았다.
대명천의 악취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달서구청은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웠다. 내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달서구 무지개공원∼월성빗물펌프장 간 대명천(3.8㎞)에 국비, 시·구비 등 1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대명천 오수 차집시설 설치 공사가 2010년에 마무리되면 1단계로 44억원을 들여 악취를 내뿜는 퇴적 오니 3만8천㎥부터 걷어낼 예정"이라며 "대명천 둔치에 산책로와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수생식물을 심는 등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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