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매미소리가 나요

여름의 전령사인 매미가 밤낮으로 울어댄다. 이상하게도 어릴 적 들었던 울음소리보다 더 악을 쓰고 우는 것 같다. 개체수가 많아지고 가로등 때문에 밤에도 환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더 많이 우는 것이라 한다. 초교 여름방학 때 곤충채집 숙제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은 매미였다. 생각보다 매미 잡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귀한 매미가 며칠 전 아파트 12층인 우리 집에서 우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 매미 울음소리를 쫓아 나가보니 발코니의 방충망에 붙어 울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겨 조심스레 잡으려고 하니 눈치 빠른 녀석이 이내 날아가 버린다.

매미가 울면 생각나는 환자가 있는데 몇년 전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 치료했던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이다. 시각장애와 경미한 발달장애를 동반한 경우로 치과 치료가 처음이라 치료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만져보게 하면서 치료를 했다. 충치 치료를 위해 치과에서 사용하는 핸드피스를 만져보게 하고 소리를 들어보게 했다. "물 나오고 소리는 좀 나지만 아픈 것은 아니다" 하고 치료를 하려니 "소리가 나, 음… 매미소리가 나" 한다. 나는 바깥에서 나는 매미 울음소리에 신경을 쓰는 줄 알고 "괜찮다. 매미소리에는 신경 쓰지 마라" 하니 "아니, 아니 매미소리와 같아" 한다. 알고 보니 핸드피스가 고속으로 돌아가면서 물이 분사돼 나오는 소리가 매미 울음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후 충치치료 할 때마다 '매미소리 난다' 하면 잘 알아들어 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또 2003년 여름, 우리나라에 태풍 매미가 상륙해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입은 적이 있었다. 밤새도록 강풍이 불고 폭풍우가 몰아쳤는데 유리 창문이 부서질 것 같아 병원에 피해가 없는지 걱정이 돼 자는둥 마는둥 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출근했다. 출근길에 보니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너무나 높고 깨끗했지만 길가 곳곳엔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심지어 뿌리째 뽑힌 가로수도 있었다. 병원 근처에 도착하니 옆집 가게 지붕 위로 넘어진 가로수가 보여 놀라 병원에 가보니 원장실 바닥이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진료실은 피해가 없어 진료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하루종일 원장실 바닥의 물을 닦아내고 고생한 기억이 난다. 같은 매미 울음소리도 누구에게는 추억의 합창으로, 누구에게는 짜증으로, 혹은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아침부터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아 창밖을 보니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역시 매미는 재빠른 녀석임에 틀림없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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