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은 인류 최대, 최후의 산업이 될 의료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산업화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IT와 BT기술을 의료와 접목, 최첨단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지적재산권(특허자본)까지 축적하자는 것이다. 덤으로 해외 환자까지 많이 유치하면 더할 나위 없다.
아쉽게도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로 복수지정됐다. 압도적인 1위를 한 대구경북으로서는 안타깝지만 복수지정 탓만 하며 허송세월할 시간이 없다.
우리 의료산업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샌드위치 신세다. 신약, 첨단의료기기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는 선진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우리는 주로 특허가 만료된 일반(generic) 의약품과 초음파 등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형성돼 있다.
중저가 분야에서는 중국, 인도 등이 급부상(기술격차 6개월~1년)하고 있어 천문학적인 투자가 예정된 우리 의료산업이 첨단화에 실패할 경우, 국제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경제적 재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구신서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내부적으로는 오송과 경쟁해야 하고, 바깥으로는 의료산업 선진국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충북은 벌써 황우석 박사(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을 오송단지에 영입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의료산업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판단을 보면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 키워드(Key Word)는 '빨리' '많이' '다르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철저하고도 면밀하게 사업계획을 짜 빨리 달려가지 않으면 허울뿐인 의료단지로 전락하고 정작 과실은 다른 지역에서 챙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 신서단지가 성공하기 위해선 인프라와 관련, 사업을 조기에 착공하고 완공하기 위해서는 시간, 인력, 예산을 잘 활용해야만 한다. 첨단의료는 전문가가 극소수이므로 전문인력을 우선 확보하고 그 인력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 기업접촉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
또 수도권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기기 관련 기업, 민간연구소를 빨리,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오송과 같은 조건으로는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첨단의료복합단지 특별법상의 혜택 외에도 조례제정 등을 통해 정주여건 보조, 교수 특별채용 등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대구 의료단지만의 차별화도 성공의 열쇠다. 신약개발은 5년, 10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업 초기에는 천연물 신약개발, 탈모치료 등 우선 가능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한방 통합의료를 통한 천연물 신약개발은 돈도 많이 안 들고 성과도출이 비교적 쉬워 경쟁력이 있다는 것. 의료 선진국들이 대체의학(동양의학), 재생의학에 많은 연구투자를 하고 있는 데서 보듯 가능성이 가장 많이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은 미국 휴스턴 의료클러스터처럼 의료기기 기업 전용의 디자인연구소 설립도 제안하고 있다. 이용자의 편리성은 물론 환자의 감정상태와 심미기능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개발해야만 세계적인 의료기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작업들을 효과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해외 성공사례를 활용하기 위해 세계 유수 기업과 첨단 연구소 등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할 경우 인력파견 등을 통해 우수인재로 양성하는 시스템 구축도 요구된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의 유명병원과 지역 병원 간 합작투자를 유도해 역내 의료서비스 기능도 향상시켜야 한다.
이제 대구경북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선상에 섰다. 대구 신서의료단지가 얼마나 빨리, 많이, 다르게 달려가느냐에 대구경북의 미래,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
이춘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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