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차기 대회 개최국인 한국은 의욕적으로 19명의 최대 규모 선수단을 출전시켰지만 차가운 현실에 직면해야만 했다. 트랙과 필드에서 단 한 명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한국 육상은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최악의 결과를 남겼다. 기대를 걸었던 마라톤과 경보에서도 모두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신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이 여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비롯한 금 1, 은 1, 동메달 2개로 13위에 올랐고 일본이 은 1, 동메달 1개로 22위에 오른 것과 크게 비교됐다. 2011년 대구에서 차기 대회를 개최하는 나라로서 강한 인상을 전 세계에 남길 필요가 있었으나 참담한 성적으로 육상 후진국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이 때문에 2년 뒤 대구 대회가 '남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11년 대구 대회에서 결선 진출을 노려볼 만한 종목의 기대 선수를 대상으로 개별 해외 전지훈련 등 전례 없는 투자를 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2005년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바를 넘지 못했던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김유석(서울시청)이 징크스를 깼고 정순옥(안동시청)이 여자 멀리뛰기에서 4cm 차로 아깝게 탈락하는 등 작은 성과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더구나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과 남자 110m허들의 이정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임은지, 남자 마라톤의 지영준 등 선수 대부분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까지 겹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번 대회 부진을 거울 삼아 외국인 총감독과 장대높이뛰기 등 일부 종목에서 외국인 코치 영입 방침을 밝혔고 조직의 재정비도 단행할 방침이다. 또 전략 종목 재편도 검토 대상이다. 연맹은 2011년 대구 대회에서 결선 진출을 노려볼 만한 종목으로 경보, 도약종목, 장대높이뛰기, 허들 등을 선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 나타나지 않으면 남자 400m 계주 등 새로운 전략 종목을 발굴할 수도 있다.
한국 육상은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나 수영의 박태환처럼 걸출한 스타 탄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과의 격차가 너무나 큰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범일 2011 대회 조직위원장은 "2002년 월드컵 당시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정부의 국무회의에서 흥행과 대표팀 성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은 4강 신화를 달성했다"며 "2011년 대회에는 걸출한 성적을 내는 국내 선수가 반드시 나타나고 흥행에도 성공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를린에서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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