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변화를 선택한 일본의 교훈과 과제

어제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상 최대의 압승으로 선거 혁명을 일궈냈다. 국민과 거리를 둔 정권과 국가 운영에 대한 불신이 기폭제라고 한다. 국민의 신뢰가 바탕 되지 않는 한 정권은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다.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가 압승이 확실시된 후 "국민의 승리"라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한 말도 국민의 뜻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로 정치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보다 '바뀌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배 이상 많이 나온 결과는 변화의 바람은 언제라도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압승한 민주당이 승리에 도취하기에 앞서 국민의 열망과 신뢰 회복에 고심해야 한다는 충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선택과 향후 행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민주당 집권에 우리 정부의 시각은 낙관적이다. 한국과의 대화와 협조를 중요시하는 민주당의 방침대로 한일 관계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하토야마 대표가 반대 입장을 보여 온 점도 그렇고 그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중요한 축이다. 북한 문제도 강경한 자민당과 달리 기본적으로는 대화와 협조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 문제는 국내 정치 상황과 여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유연한 정책은 언제라도 수정될 수 있다.

일본의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 민주당도 한국 전문가가 부족하지만 우리 정치권도 민주당 정권과의 소통 채널이 넉넉지 않다. 한일 간에는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역사교과서 재일동포 참정권 독도 문제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아시아 시대를 함께 열어가기 위한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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