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이를 탈출한 수묵화

노태범 교수 유작전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노태범 교수의 유작전이 3일부터 26일까지 경북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수묵의 은은한 향기에 몰입하면서도 근원적으로 화선지가 가지는 평면성에서 벗어났다는 평을 받았다. 수묵의 상징적 색채, 된장국같이 편안한 전통 미술의 멋, 자연스럽고 편안한 토속적 취향을 구가하는 동시에 현대성을 조합했다. 1991년 첫 개인전부터 2005년 서울 인사아트센터 개인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부적(符籍)의 평면성과 입체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암각화의 질감을 드러내면서 상징적인 기호와 선을 영혼의 징표로서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전통 회화가 근원적으로 가지는 재료의 평면성을 벗어나기 위해 스티로폼을 시너로 녹여내 부조를 만들고 그 위에 종이 점토(pater mash)로 재질감을 내는 작업에 몰입했다.

노태범의 작품 세계는 시기적으로 3기로 분류할 수 있다. 제1기는 평면으로부터 일탈하기 위한 다양한 모색의 시기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에 이르는 시기이다. 제2기는 1993년에서 1997년 사이 광주예술대학에 근무하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남도의 조형 감각, 호남의 자연과 풍광에 몰입하면서 한국적 자연의 미와 전통적 토속성을 무의식적으로 방출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였던 시기이다.

제3기는 색채가 구수하고 은은한 색조로 정리되어 단색조를 지향한다. 선과 형이 일치되어 상형문자와 같이 도식화되어 기호의 상징성이 더욱 부각되며 차분하게 원숙한 경지로 정리된다.

경북대 미술학과 박남희 교수는 "그는 모교인 경북대 미술학과에 2004년부터 재직해 동문 출신 첫 교수이자 화가이며 졸업생으로서 동문들에게 귀감이 됐다"며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하며 연구실의 밀폐된 공간에서 스스로를 단절하며 수도승처럼 작품에 매진하던 모습, 스티로폼을 시너로 녹이며 자신의 오장육부가 다 녹아내리는 줄 모르며 고민하고 속앓이 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고(故) 노태범 교수는 2007년 4월 폐암이 확인됐고, 2008년 8월 작고했다. 노태범 교수는 1962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마산 중앙고,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단국대 대학원 동양화과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광주예술대 교수와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053)950-7968.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