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가 본격 시작됐다. 수능 원서접수(10일 마감)가 진행 중이고, 수시 원서접수(9일부터)를 앞두고 있는 고3 교실은 어수선하다.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전형 등과 관련된 제출서류를 작성하는데 상당 액수의 컨설팅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논술, 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은 과열된 대학입시 열기와 한탕주의가 결합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족집게 강의' 같은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상식의 길과 정도를 따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학기를 맞아 수험생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했다.
◆학습 태도
▷9월 모의평가=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3일)가 다가오자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와야 나머지 기간 동안 마음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험은 올해의 수능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실제 수능 성적을 예측하는 잣대는 아니다. 평가원 모의고사도 모의고사이기 때문에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은 수험생들이 평소 모의고사를 칠 때 문제지를 보기 전에 자기가 받길 기대하는 점수를 미리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시험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제가 쉬우면 상대적 난이도는 생각하지 않고 우선 힘이 난다. 그러나 예상보다 어렵다고 생각되면 자기가 기대하는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당황해 평소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조하고 긴장된 상태에서는 앞뒤를 냉정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만 시험이 예상보다 어렵다고 생각될수록 남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행 수능시험은 몇 점 이상 받으면 모두에게 동일한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시험이 아니고, 전국의 수험생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선발시험이다.
난이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문제는 몇 점을 받느냐가 아니고 전국 수험생 중에서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이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안하고 긴장된 위기의 순간에 누가 좀 더 침착하고 적극적이냐에 따라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평소 시험을 칠 때 몇 점을 받느냐보다는 시험 자체에 얼마나 몰두할 수 있는가를 중시해야 한다.
▷문제풀이와 정리=고3들은 재수생만큼 실전 훈련 경험이 없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언어 영역 같은 과목은 경험을 통해 문제풀이 요령을 터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은 문항당 문제풀이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전 영역에 걸친 실전 모의고사 문제를 주기적 한 번씩 풀어보면서 시간 조절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평소 각종 시험에서 한 번 틀렸던 문제는 반복해서 틀리기가 쉽다. 따라서 지금까지 치른 시험문제를 다시 한 번 훑어보며 틀렸던 문제와 그와 관련된 기본개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공부한 참고서와 문제집에서 어렵다고 느꼈거나 이해가 잘 안 된 단원을 다시 정리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시간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평소 점수가 잘 안 나오는 과목은 포기하기가 쉽다. 그러나 자신 없는 과목이라도 기본개념 정도는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특히 재학생은 지금부터 기본 개념과 원리가 제대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적극적인 자세=대부분 수험생들이 지금은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한다. 이 때 잘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고 답부터 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모르는 문제 앞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달려들면 자신도 모르게 해결의 방향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이런 훈련을 쌓아야 수능시험 당일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끝까지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주말을 이용해서 OMR 답안지가 있는 전 과목 실전 모의고사 문제로 정한 시간 안에 문제를 모두 풀고 답안지에 마킹하는 연습을 하면서 시험에 임하는 자세와 속도조절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마라톤에 비유하면 풀코스 완주 훈련에 해당된다.
▷바쁠수록 느긋하게=수능시험 특성상 맹목적 암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암기하려 하면 시간도 부족하고 학습 부담도 많이 느끼게 된다. 2학기에 들어서면 많은 수험생들이 시간이 없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개념과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다지기보다는 진도 위주로 책장만 넘기기가 쉽다. 이 경우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점수와 연결되기가 어렵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의도적으로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생활 태도
수능시험을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고3 교실이나 재수생이 공부하는 학원에는 아침부터 계속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공부는 별로 하지 못했으면서 몸만 지쳐 생활의 활력과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입시 공부의 핵심 사항을 제대로 알고 대처를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모든 시험은 마지막 두세 달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남은 이 기간이 입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시기는 가만히 있어도 긴장과 불안 때문에 피로가 엄습해 온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성취감을 느끼면 그 심리적 상승 작용으로 매사에 활력이 넘치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몸이 가볍고 상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공부를 해도 능률이 오른다. 지금부터는 생활관리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충분한 수면=수면 부족은 몸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학습능률을 떨어뜨린다. 이런 생활이 며칠 계속되면 마음은 더욱 불안해 지고 결국엔 의욕마저 상실하고 자포자기의 상태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게 된다. 평소 모의고사에서는 성적이 잘 나오다가 실제 시험을 망치게 되는 학생들 대부분이 최종 마무리 과정에서 생활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경우가 많다. 지금은 한두 시간 공부를 더하는 것보다는 피로가 쌓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은 6시간 이상 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면 피로회복이 빠르고 낮 시간에 더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수업시간 놓치지 말아야=이맘 때면 교실에서는 수업 중인 교과 외에 다른 과목을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다. 혼자 공부하다 보면 한두 과목에 치우치기가 쉽고 그러다 보면 전 과목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된다. 다 아는 내용이라도 반드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 평소 성적이 잘 나오는 수험생이라도 정규 수업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재수생 중에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혼자서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경우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상위권 재수생들이 마지막 정리에서 균형을 잃어 고득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신뢰하라=교실이 갈수록 소란스럽다는 사실을 수험생 자신들은 잘 알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같이 모여 떠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같이 떠들 때는 다가올 시험에 대한 불안감을 잠시 잊을 수 있지만 나중에 혼자 있을 때면 더욱 공허하고 허탈해지며 심한 경우 생활 리듬이 급속히 깨어지기도 한다. 주변의 소란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기간 누가 좀 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현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수험생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한다. 하루하루 계획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 성취감을 쌓는 것이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의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학부모 유의사항
▷부모의 자세=감시·감독을 사랑과 관심으로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다. 극성 학부모 밑에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믿고 맡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격려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부모가 믿고 맡기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욱 책임감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지금부터는 자녀가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못된 정보로 다그치거나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족집게는 없다=수능시험이 다가옴에 따라 학부모와 수험생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수능 문제는 출제위원들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방송교재 문제가 그대로 나오기보다는 그 지문이나 자료, 도표, 개념 등이 활용된 문제가 출제될 것이다. 따라서 적중 문항을 구체적으로 집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액 과외는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부모부터 교과서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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