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생의 염원 '그리스도와 함께'

고(故) 최영수 대주교의 표어는 '그리스도와 함께'였다.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살며, 그리스도의 정신대로 생각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최 대주교의 사제수품 때 표어이기도 했으며, 그리스도뿐 아니라 교구장과의 일치, 사제단과의 일치, 교구민과의 일치를 평생토록 염원했던 그의 의지와 소망을 나타낸 표어였다.

◆소박한 성품과 남다른 친화력

2001년 3월 4일 고인의 보좌주교 서품식이 열리던 날.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사람들의 선익을 위해 노력하고, 언제나 말씀을 선포하며, 인내를 다해 가르치고 꾸짖고 나무라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성덕에 힘입어 여러가지 은총을 얻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대주교는 바로 그런 삶을 살았다. 이날 주교 서품식에서는 물적·영적 예물증정이 사라졌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촐한 축하식을 가지자는 최 주교의 뜻이 전달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깊은 신앙심을 지닌 최 대주교의 형제·자매들은 중책을 맡은 형제의 앞길을 축원하기도 했다. 2006년 2월 12일 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됐을 때 형인 최상수(마르코)씨는 "사제품, 주교품을 받았을 때의 첫 마음을 늘 간직하고 착한 목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고, 누나 최순복(벨라뎃다)씨는 "이웃에 사랑을 베푸는 성직자, 남이 필요로 하는 주교님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권과 환경에 대한 특별한 관심

최 대주교는 인권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2001년 주교 서품 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으로서 첫 공식 행사를 5월에 가졌다. 6대 종단(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의 사형폐지 연합 행사가 사상 최초로 열린 것. 이날 최 주교는 사형제도 폐지의 당위성에 대해 "생명권은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모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아무리 흉악한 죄를 범한 사람일지라도 생명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2년 12월 1일 제21회 인권주일을 맞아 '생명의 시초부터 인권은 존중받아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2년 6월 2일 '환경의 날' 담화문에서는 고인의 남다른 환경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생활습관부터 바꿔 봅시다!'라는 담화문을 통해 16만 명에 이르는 결식아동의 실태와 연간 15조원이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낭비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구의 치유는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 곧 의식의 개혁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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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화합에도 앞장 서

최 대주교는 종교간 화합에도 앞장섰다. 2003년 5월 7일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두고 이문희 대주교를 대신해 보좌주교 자격으로 대구 동화사를 찾았다. 최 주교는 지난 성탄절에 당시 동화사 주지인 지성 스님 일행이 계산성당 미사에 참석한 것을 떠올리며 "그 때 신자들이 무척 놀랍고 고맙게 생각했다"고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2006년 12월 23일에는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과 함께 노숙자 무료급식소인 '요셉의 집'을 찾아 급식봉사를 하기도 했다. 최 대주교는 "스님들과 함께 봉사를 하며 이웃에 대한 사랑과 예수님께서 오신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도 깊었다. 1970년 7월 5일 명동 주교좌 대성당에서 부제서품을 받을 때와 2001년 2월 27일 주교 서품을 받고 대구대교구 총대리로 보임됐을 때 김수환 추기경이 주례를 맡았다. 김 추기경의 선종 당시 최 대주교는 추모 메시지를 통해 "1981년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경축 미사에서 하신 강론말씀 한 대목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한국 교회는 방부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빛과 소금의 역할은 하지 못합니다'라고 꼬집었던 어떤 교우 분의 말씀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하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자신의 일생을 통하여 교회는 자신들만의 잔치에 도취되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참된 빛과 소금이 돼야 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장성혁 동영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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