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돈 몇백만원에 아기들이…

인터넷을 통한 신생아 매매(본지 7월 31일자 4면 보도)가 현실로 드러났다. 육아 능력이 없는 미혼모나 동거 남녀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전문 브로커가 접근해 입양 부모를 알선하는 식이다. 아기들의 '몸값'은 단돈 몇백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2일 신생아를 사고판 혐의로 L(22)씨, R(28·여)씨와 브로커 역할을 한 A(26·여)씨, 아기를 사들인 B(34·여)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L씨는 지난 5월 22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입양을 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A씨에게 200만원을 받고 신생아를 넘겼고, A씨는 B씨에게 2천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기를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L씨와 R씨는 1년간 동거해오다 아기가 생기자, 처음에는 낳아서 입양 보낼 생각이었으나 제왕절개와 산후조리 등 출산 비용을 갚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경우 이번 말고도 여러번 신생아 매매 브로커로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주로 온라인을 통해 신생아 매매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L씨가 22일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린 지 사흘 만인 25일 아기를 넘겨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L씨 사례 외에도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한 신생아 암거래가 적잖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불임 등의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와 경제력이 부족한 미혼모나 동거 남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아기 매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단어들을 검색한 결과 '아기를 넘기는 조건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원한다'는 미혼모 글이나 '개인적으로 입양을 원하고 있다. 사례는 충분히 할 테니 관심 있는 미혼모는 쪽지를 보내달라'는 글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입양전문기관 관계자들은 "전문기관의 경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무적'(無籍) 신생아를 선호하는 양부모 신청자들이 대다수라 입양이 쉽지 않다"며 "이런 점을 악용하는 브로커들이 생기면서 신생아 매매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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