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경찰은 대통령 지시 귓등으로 들었나

대구 시내 한 경찰서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의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서장은 지난해 말 대구경찰청 과장으로 재직할 때 대구청이 수사하는 아파트 시행사 비자금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 대가로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고위 간부가 동료'부하 경찰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개입해 이른바 '브로커'로부터 돈을 건네받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죄질(罪質)이 나쁘다. 그것도 근무 시간 중에 일하는 사무실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검찰이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브로커에게 돈을 건넨 적이 없다는 허위 사실 확인서를 받는 등 검찰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부분에선 할 말을 잊게 한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 비리를 강하게 질타했다. 인천에서 경찰관이 근무 시간 중 오락실에서 강도짓을 하는 등 경찰 비리가 잇따르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 무렵 대구경찰청도 '자체 사고 제로 100일 달성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금품 수수 등을 4대 핵심 비위로 규정하고 이들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의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후 금품 수수, 뺑소니와 같은 대구경찰관 비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결의대회가 무색해졌고, 시민들로부터 "너나 잘하세요"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생긴 것이다.

부정 비리를 없애고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경찰관들이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짓이다. 대통령의 자정(自淨)'개혁 지시를 대구경찰은 귓등으로 들었다는 건가. 경찰관 모두가 공복으로서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공권력의 권위가 선다. 부패 통제 장치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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