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유형의 주택 중 아파트는 주거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버블에 관한 뉴스거리의 대표주자이기도 하고, 또한 개인의 재산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아파트'란 단어이지만, 여기서 '아파트가 왜, 언제 생겼나?'란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아파트에도 여러 유형의 형태가 존재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크게 시간적 흐름의 관점에서 접근해본다.
첫번째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시초가 되는 5, 6층의 아파트이다. 이미 고층아파트로 재건축되었거나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저층 아파트 단지는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도시로 인구가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심화된 주택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해방과 6·25전쟁으로 인해 어수선하던 나라안 분위기 탓에 계획도 없이 이루어졌던 주거지 계획은 비로소 이 시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환경 요소를 바탕으로 한 도시계획 차원에서 단지를 계획하게 되었다. 늘어나는 도시의 주택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집단택지와 아파트의 건설을 촉진하게 되고, 1980년대 전후에 이르러 주택건설촉진법, 택지개발촉진법 등이 시행되면서 아파트 건설은 탄력을 받게 된다.
두번째는 고층 아파트의 출현이다. 고층 아파트는 고밀화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다. 고밀화는 지가의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전국 주거지의 연도별 평균지가 상승률은 20.07%에 달한다. 급격한 땅값의 상승은 택지구입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주택업체들이 사업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아파트를 고밀화하기 시작했다. 60, 70년대 아파트 용적률은 100%를 넘지 못했으나, 80년대에 들어서서 용적률이 100%를 넘어서기 시작하고, 90년대 이후에는 200% 이상의 용적률을 보이기 시작했다. 1960년도에도 아파트를 고층화하기 위한 시도는 있었다. 서울의 마포아파트 단지는 당초 10층으로 계획했으나 당시의 전기 사정 및 기름 부족 등으로 인해 6층으로 건설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현재의 아파트라고 하면 고층 또는 초고층 아파트를 의미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건물의 크기를 높이고, 밀도를 높여 도시 주거지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이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층의 아파트들은 과거에 비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하고 입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천편일률적 디자인 및 층수로 인해 다소 밋밋하고 답답한 경관을 형성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층수를 다변화하고 입면에 변화를 두기 위해 제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외관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건축심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짧은 역사이지만 시대적으로 '과거'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저층의 아파트들은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개발 방식 아래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외형적으로는 단순히 주거공간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는 하나, 역사적으로는 과거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0여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저층 아파트를 보면서 유럽의 주택과 같이 수십, 수백년간 외형을 유지하며 역사를 간직할 수 있는 우리만의 주거문화 창조를 위해 관계자들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해 본다.
김재엽 화성산업 기술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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